‘비자금 조성’ 효성 전격 압수수색

입력 2017-11-18 07:22

검찰이 효성그룹 경영비리 의혹 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3년여 전 촉발돼 아직도 불씨가 남은 ‘형제의 난’이 결국 검찰 수사를 불렀다. 그룹 계열사 하도급 공사, 유령 직원 채용 등으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핵심 수사 대상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김양수)는 17일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와 관계사, 자금담당 임원 주거지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횡령과 배임 등 혐의가 적시됐다. 조석래(82) 전 회장과 장남 조현준(49) 회장 등 총수일가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에 들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 및 관계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는 조 전 회장의 차남 조현문(48) 전 부사장이 2014년 7월과 10월 형인 조 회장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을 고발한 게 시발점이다. 이른바 효성가(家) 형제의 난으로 불린 사건이다. 이후 검찰에 쌓인 고소·고발 건이 10여건에 이른다.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고발인 자격으로 몇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지난해 8월 해외로 나간 뒤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은 효성 본사 인사·재무팀에서 촉탁직원 등 사원 급여지급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허위 직원을 만들어 급여를 지급했다가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다수의 촉탁직원들이 일한 것으로 지목된 데다, 하도급 업체를 동원해 부외자금을 만든 의혹도 제기된 효성 건설PG(퍼포먼스그룹)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효성 총수 일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이기도 하다. 조 전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아들인 조현범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과의 수사 연관성도 제기하지만 검찰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효성은 2013년 이후 4년 만에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당시 기소된 조 전 회장과 조 회장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