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오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선 한 정치인의 지지모임이 열렸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 자리에는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해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사예드 바삼 파차(25)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파차의 눈에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보이는 수상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파차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는 한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테러범에게로 달려들었다.
자폭테러를 시도한 테러범에게 뛰어들어 대규모 희생을 막고 자신은 세상을 떠난 파차의 소식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아프간에선 파차를 향한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파차는 행사장 문으로 접근하는 테러범을 발견하고 “그만둬”라고 소리쳤다. 테러범이 달리기 시작하자 파차는 곧장 그를 쫓아가 뒤에서 껴안았다. 그러자 테러범은 그 자리에서 코트 안에 입었던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경찰은 이 일로 파차를 포함해 1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바시르 무자헤드 경찰 대변인은 “파차는 많은 생명을 구한 영웅”이라며 “숨진 7명의 경찰관이 모두 영웅이지만, 파차는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범이 문 안으로 들어섰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파차가 아니었다면 자칫 더 큰 피해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차의 아버지이자 경찰 사령관이기도 한 사예드 니잠 아가는 “내 아들을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했다”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파차는 두 개의 학위를 땄다. 하나는 정치학 학위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대에서 받았다”며 “아들은 5년간 터키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1년 반 전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Sayed Basam Pacha, a police officer who lost his life in today’s
— jawidomid (@jawidomid)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카불블라스트(Kabulblast)’ 해시태그와 함께 파차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