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성추행’ 동부 전 회장 녹취…“성추행은 하느님도 증명 못해”

입력 2017-11-17 15:39 수정 2017-11-17 16:20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캡처

올해 2~7월 김준기 전 회장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30대 초반의 여비서 A씨는 9월11일 수서서에 고소장, 신체 접촉 장면이 담긴 동영상, 녹취록을 제출했다. 반면 동부그룹은 신체 접속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 추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가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김준기 전 회장은 A씨가 고소장을 제출하고 이틀 만인 9월21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미국으로 떠났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소환 통보를 했으나 김 전 회장이 모두 불응해 이달 14일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회장은 심장, 신장, 간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빨라야 내년 2월께 귀국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영장이 발부돼 김 전 회장 입국시 바로 체포가 가능해졌다. 경찰은 인터폴 등을 토한 국제 공조도 검토하고 있다.


A씨는 “보복이 두려워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며 그간 숨겨온 녹취파일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일부 공개했다. “김준기 전 회장의 성추행이 심해져 녹취를 결심하게 됐다”는 A씨는 “김 전 회장이 ‘성추행은 하느님도 증명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자 두려워져 영상도 찍게 됐다”고 밝혔다. 16일 방송에서 해당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11개의 녹취파일이 일부 공개됐다.

제작진은 전문가를 통해 A씨가 제출한 녹취파일 속 남성의 음성이 김준기 전 회장의 음성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A씨는 “내가 하는 일은 김준기 회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결제 서류를 받아오는 일이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34층 회장 집무실, 35층 침실, VIP 엘리베이터 등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성추행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특히 “김준기 전 회장이 ‘35층에 올라가고 싶다’고 말하면 침실을 준비해야 했다”며 “회장이 겉옷을 벗으면 의자에 걸쳐놓는 것까지가 내 일이었다”고 말했다. 회장의 성추행은 그 뒤부터 시작됐다.

김 전 회장은 A씨에게 성적 농담을 하며 성적인 상황을 조성하려 했다. “만지고 싶다” “내가 이렇게 안으면 이렇게 들어와야지. 뒤로 빼지 말고 들어와” 등 부적절한 발언들을 일삼았다. 방송에서는 묵음처리가 될 만큼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직장에서 상하관계에 놓여있던 A씨는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성적 발언을 하는 김 전 회장에게 “하지 마세요”하고는 웃으며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럼에도 추행은 계속됐다. 당황하며 애써 웃는 A씨의 웃음소리에는 절규가 담겨 있었다.

성추행의 횟수가 일주일에 3~4번씩 늘어나자 A씨는 김 전 회장에게 거부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는 “성추행은 하느님도 증명할 수 없다”며 오히려 회유를 거듭했다. 성관계를 언급하며 “좋은 건데 왜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도 이어갔다.


“고발을 하고 퇴사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 두려웠다”는 A씨는 “부모님이 이야기를 듣고 속상해하며 자책하실 생각을 하니 쉽게 퇴사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개의 녹취록과 동영상을 확보한 A씨는 결국 올 2~7월간 이어진 성추행을 끝으로 퇴사한 뒤 김 전 회장을 고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사측에서 제기한 A씨의 “100억 플러스 알파” 요구설에 대해서도 “회사 측이 피해자가 원하는 합의금이 얼마냐고 자꾸 물었다”면서 “피해자는 100억을 줘도 합의 안 한다. 100억 플러스 알파를 주셔도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나온 얘기가 100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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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100억원 플러스 알파’를 내놓지 않으면 언론에 알리거나 성추행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는 김준기 전 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라며 다른 여자 동료들과 나눈 카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메세지를 보면 다른 동료들은 “자자고 한다고는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한테도 껴안고 뽀뽀하고 허리 만지고 그랬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그런 일 없었다”며 강력한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