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무릅쓰고 남을 돕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번지는 불길을 뒤로하고 1층부터 4층까지 문을 두드리며 원룸 입주민들을 대피시키고도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젊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53분쯤 충북 충주시 봉방동 주택밀집지역의 한 포장업체에서 대형 화재가 났습니다. 대각선 방향의 원룸 건물로 불이 옮겨붙어 입주민들이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 불로 조립식 패널 건물 108㎡가 타서 1억4000만원(소방서 추산)의 적잖은 재산 피해가 났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화재 당일 오후 11시 38분에 네이버 카페 ‘충주사람모여라’(충사모)에 ‘봉방동 화재사건 꼭 읽어주세요!’란 글이 올라왔습니다.
불이 붙은 원룸의 건물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불이 났을 때 지나가던 여성 2분이 (20대-30대 추정) 저희 건물로 들어가서 4층까지 전부 문을 두드려서 입주민들 대피시켜주셨다는데 혹시 아시는 분 계실까요?”라며 의인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글쓴이는 “화재 당시 친정어머니가 아이 둘을 데리고 계셨는데 그 두 분이 애기도 같이 데리고 나와주셨다”며 “너무 감사해서 식사라도 대접하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댓글로 “진짜 까딱 했다가는.. 생각도 하기 싫다. 그분들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이 났을 것)”이라며 안도의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4층에는 할머니(60)와 5살, 3살 난 손자 2명이 불이 난 상황을 까맣게 모른 채 집 안에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손자들을 재우려고 방에 있었는데 밖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서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길래 나갔더니 젊은 여성이 불이 났다며 대피하라고 하더라” 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2층에는 장애인 가정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분들도 두 여성이 문을 두드린 덕분에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두 여성은 원룸 건물 입주자들을 대피시킨 뒤, 소방차가 도착하고 진화가 시작되자 홀연히 화재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 현장 주변에 사는 많은 주민들이 황급히 집에서 나왔지만, 원룸 안에 있던 입주민들은 화재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할 비극을 두 의인의 용기로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이 올라온 지 나흘 만인 15일, 의인을 찾았다는 반가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투X리 점포 주인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원룸 주인과 제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아르바이트하는 동생이 자기 친한 동생이 문을 두들겨 대피시켜준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했다” 라고 전했습니다.
의인(義人) 이슬기(26) 씨와 김보슬(27) 씨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둘은 친구 사이였습니다.
점주는 ‘가게에 자주 놀러 오는 20대 후반의 너무 착한 아가씨’라며 ‘평소에도 유기묘 관련 봉사를 많이 해 늘 착하고 심성 곱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씨는 점주와의 통화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불길을 보고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며 “주변에 있던 다른 많은 분들도 함께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다음 날 결혼하는 친구, 친구 아버지와 함께 친구 집에 가다가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현장을 달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의로운 행동은 고마움을 전하려는 건물주의 따뜻한 마음과 이를 전파한 지역 커뮤니티의 힘으로 알려지면서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습니다.
건물주는 “세 분이 없었으면 우리 가족을 포함해 원룸에 계셨던 주민들이 큰 화를 당했을 것”이라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카페 충사모 운영자인 임은혜(35·여)씨는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두 여성의 용기 있는 행동이 묻힐 뻔했는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의인들을 찾아내 기쁘다”며 “앞으로도 충사모를 통해 지역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민다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