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로피 사냥’ 허가… “아프리카 코끼리는 멸종 위기”

입력 2017-11-17 11:36 수정 2017-11-17 11:38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프리카 잠비아와 짐바브웨에서 자국민의 코끼리 ‘트로피 사냥’을 허용키로 했다. 트로피 사냥은 사냥 허가증을 받은 뒤 수백~수천만원을 내고 야생 동물을 사냥해 전리품을 챙기는 행위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무분별한 사냥으로 아프리카 코끼리가 급감하자 두 국가에서 코끼리 전리품 수입을 금지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미 멸종위기종보호법이 정한 보호 동물 명단에 올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결정을 3년여 만에 뒤집었다. 이 같은 결정에 CNN은 16일(현지시간) “2015년 7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을 미국의 한 치과 의사가 사냥한 것과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물 보호 단체인 휴먼 소사이어티는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동물과 관련된 수입은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휴먼 소사이어티 등은 트럼프 행정부에 수입 규제 폐지 조치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총기협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총기협회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총기규제 및 사냥규제를 두고 정부와 각을 세웠다. 총기 제조사들은 이번 조치로 대형동물 사냥용인 대구경 총기를 팔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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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코끼리 수는 2007년~2014년 7년간 30% 감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아 밀렵으로 75% 이상 급감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세기 초에는 코끼리 수백만 마리가 야생에서 살았지만 2016년에는 단지 35만 마리 밖에 없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는 맹수 사냥꾼들이다. 2012년 트럼프 주니어가 짐바브웨이에서 코끼리 사냥을 하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나는 코끼리 사냥이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보증할 수 있다”며 “마을 사람들은 자주 먹지 못하는 고기 때문에 매우 행복했다”고 당당하게 드러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