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는 17일 “이 전 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며 “최 의원에게 돈을 건넨 시점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이 전 원장은 “최 의원에게 2014년 10월쯤 돈을 주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를 사용했다”는 취지로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은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근혜정부 2년차다. 이 전 원장이 국정원 수장으로 부임되고 3개월 뒤였다.
특수공작사업비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반영된 예산이다. 특수활동비 중 가장 은밀하게 사용되는 자금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자수서에 “이 과정(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건의에 따라 이뤄졌다. 나는 자금 지출만 승인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기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이 전 원장, 남재준 전 원장, 이병호 전 원장 등 국정원 수장 출신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했다. 이병기‧남재준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이병호 전 원장의 영장은 기각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의 자수서에서 최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등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다는 점에서 이 전 원장이 건넸다고 진술한 1억원의 대가성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이 돈의 최종 목적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국정원이 부정하게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낫다. 이 돈은 모두 특수활동비 중 특수공작사업비로 파악됐다. 그 중 41억원가량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나머지 30억원의 사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전 원장이 자수서에 적은 1억원은 나머지 30억원의 일부로 알려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