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제, 안녕”… 31·32화 해부하기

입력 2017-11-17 11:02
사진=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방송 캡쳐

16일 마지막 회차를 방영한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연출 오충환, 극본 박혜련)’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며 막을 내렸다.


◇ 전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이날 방송된 31회는 최담동(김원해 분) 계장의 말로 시작했다. 최 계장은 정재찬(이종석 분)에게 “이유범 변호사 출국 금지 신청해야 할 것 같다”며 차 뒷좌석에 여행 가방이 있었음을 얘기해줬다. 재찬은 이지광(민성욱 분) 검사에게 긴급 출국금지 처분을 내려줄 것을 부탁했다.

곧 한우탁(정해인 분)에 대한 검사 측의 신문이 시작됐다. 재찬은 사건의 중요한 증거물인 우산 색깔을 물었다. 그러나 우탁은 “전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며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 “색약은 경찰에게 당연퇴직사유”라며 “이 증언이 끝나는 대로 사직서를 낼 예정”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재찬은 충격을 받았고, 유범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우탁은 이내 “명암은 보통 사람보다 잘 구별한다”며 반전을 예고했다. 그리고 “장우산은 손잡이가 나무 재질로 지팡이처럼 휘어진 형태고 3단 우산은 원통형 손잡이로 두 개의 원 무늬가 있다”며 구체적인 모양을 묘사했다. 또한 “장우산은 피고인의 넥타이 색과 같고 3단 우산은 법복 앞단 색보다 선명한 색”이라 덧붙였다. 증거물로 제출된 우산과 정확히 일치하는 설명이었다.



◇ 더 이상 욕심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재판이 끝난 후 오경환은 비밀을 폭로해버린 우탁을 원망하며 호통을 쳤다. 자신만 입을 닫으면 되는데 왜 그랬느냐며 다그치는 경환에게 우탁은 “이 흉장이 한 번도 제 것이라 느낀 적이 없어 무겁고 힘들었다”며 그간의 심적 부담감이 컸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선배님과 근무하면서 참 좋았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욕심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 자책은 짧게, 기억은 오래오래


한편 대표는 무죄 가망이 없어진 유범을 버렸다. 신희민(고성희 분) 검사와 손우주(배해선 분) 검사는 얼른 유범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유범은 자신을 찾아온 최 계장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수사의 책임도 영광도 검사 것이라고요?” “전 포상 바라고 수사한 것 아니라 명이석이 범인이라고 믿고 수사했고, 그뿐”이라며 “대체 왜 나한테 다들 가혹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럴 거면 왜 잘해주셨느냐”는 유범에게 최 계장은 “제 동생하고 같다. 나이도, 생일도. 그래서 이 변호사님이 각별했다. 그래서 이러는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지금 출국금지 됐음을 알려주고 그만 도망칠 것을 부탁했다. “그러면 더 다치고 고단해져.”

유범은 그런 최 계장을 뿌리쳤다. 그때 단풍잎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배경은 여름, 단풍잎을 보기에는 많이 이른 시기였기에 최 계장은 의아해했다. “난 너 때문에 가을인 줄 알았지. 시간이 더 있는 줄 알았는데”라는 묘한 말을 하는 순간, 분노에 휩싸인 유범은 최 계장을 차로 들이받았다. 멀리서 재찬이 달려와 피투성이가 된 최 계장을 안았다. 숨이 끊어지려 하는 최 계장은 “할 얘기가 있다”며 힘들게 입을 뗐다. “13년 전에 이 순간을 꿈으로 봤다” “그 꿈에서 검사님이 나한테 해준 말이 있다”며 그 말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예지몽을 꿔 오던 최 계장은 이미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

최 계장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재찬은 “만일 이 순간을 꿈꿨다면 제발 나 만나지 말라”고 울며 말했다. 그러나 최 계장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다시 얘기해보라”며 “시간이 얼마 없다”고 말했다. 재찬은 힘들게 입을 뗐다. 그리고 “저 계장님 다시 만나면 계장님이 보시기에 서툴고 답답할 것” “만날 미제만 쌓여서 계장님 야근시키고 고생만 많이 한다”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계장님께 열심히 묻고 배우고 많이 존경하겠다”며 “그런 저 쫓아와주실 수 있으면 찾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최 계장은 “그래서 경찰 그만두고 너 찾아왔다”며 “온전히 내 선택이니 자책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책은 짧게, 기억은 오래오래, 기억하지? 그래야 우리 소장님 아들이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최 계장은 숨을 거뒀다.


◇ 운이 나쁜 게 아니라 형이 나쁜 거야


유범은 검사 시절 명이석 사건 증거조작, 하주안 살인, 남홍주 살인미수 등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나 악한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마지막 검찰 조사에서 유범은 과거 동료였던 검사들을 향해 “드디어 죗값을 치르는구나, 이제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구나? 웃기지 말라, 나의 오늘이 여러분들의 내일일 수도 있다”며 악담을 퍼부었다. “다들 매달 200건씩 사건 처리하면서 다 제대로 처리했다고 생각하느냐, 수천 건의 문제 중 틀린 게 단 하나도 없을까”라며 자신은 운이 나빴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찬은 유범의 궤변을 정확히 반박했다. “아니, 형이 나쁜 거야. 조작까지 해가며 퍼즐을 맞췄는데 그게 틀렸다는 것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렇게 화냈던 거고. 아마 우리한테 화를 낸 게 아니라 자신한테 화를 낸 거야. 그렇지? 씻으면 없어질까, 남 탓 하면 가려질까 전전긍긍했겠지. 답을 틀려서 그런 게 아니라 정답을 오답이라 우겨서 여기까지 온 거야.” 그리고 재찬은 덧붙였다. “운이 나쁜 게 아니라 형이 나쁜 거야.”



◇ 1년 후


경찰을 그만둔 우탁은 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을 다니고 있었다. 한편 재찬과 홍주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신랑과 신부는 바로 이지광 검사와 손우주 검사였다. 결혼식에서 홍주는 우주가 던진 부케를 받았고, 얼마 후 두 사람은 결혼했다. 1년 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는 홍주에게 재찬은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냥 다 지나간다고. 지금은 별거 같아도 지나면 다 별거 아닌 게 된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언젠가 농담처럼 얘기하는 날이 올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줘”


최 계장의 죽음과 재찬·홍주의 결혼으로 안타까움과 행복감을 동시에 선사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마지막회는 9.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오는 22일부터는 새 수목드라마 ‘이판사판(연출 이광영, 극본 서인)’이 시작된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