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합리적 개혁정당 통합”에 정작 당내선 “정치공학” 반발

입력 2017-11-16 21:14 수정 2017-11-16 21:2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연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의지를 내비치면서, 통합에 회의적인 호남 중진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비(非)안철수’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날 탈당·분당을 시사하는 언급도 나오는 등 국민의당 내 ‘안철수 대 비안철수’라는 해묵은 갈등이 또 한 번 격화될 조짐이다.

안 대표는 16일 덕성여대에서 ‘한국정치와 다당제’를 주제로 특강 중 학생들에게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자 “연대 내지는 통합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처음 정당을 만들었을 때 추구한 방향과 같다는 입장”이라며 “제3지대 합리적 개혁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두 당이 분산되면 둘 다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 우선은 정책연대부터 입법·예산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선거를 연대해 치르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면서도 “그게 잘 되면 통합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연대를 앞세웠지만 결국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안 대표는 앞서 배포한 강연문에도 ‘빅텐트론’을 언급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암시했다. 그는 강연문에서 “양당구도 회귀를 저지하고 집권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가 중심이 되는 합리적 개혁세력 연대·통합의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호남 대통합의 길이 있고,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중도정치로의 열망이 있다”며 “제3세력이 1당이나 2당이 된다면 그것이 정치혁명이고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선 즉각 반발이 빗발쳤다. 통합론과 관련해 안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호남 중진 의원들이 앞장섰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진정국에 도처에 지진천지가 됐다”며 “사실상 통합선언으로 국민의당도 지진”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발언을 ‘통합 선언’으로 규정하고 전날 발생해 곳곳에 피해를 입힌 포항 지진에 빗대며 비판한 것이다. 그는 또 “통합 안 한다며 연합·연대는 가능하다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통합(을 얘기한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가랑비에 옷 젖으면 마지막에 헤어나지도 못한다”며 “감옥 가면서도 지켜온 정체성이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계속해서 문제 제기돼온 안 대표의 정체성을 꼬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시 안 대표와 갈등해온 정동영 의원도 트위터에 “안 대표는 정치공학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가 ‘정치개혁’으로 내세운 통합·연대를 ‘정치공학’으로 본 것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