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불과 하루 앞두고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교육부는 당초 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오후 8시20분쯤 서울정부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경북 포항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상당한 피해가 보고됐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여진이 발생해 16일 예정된 수능을 연기하게 됐다”고 수능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서도 볼 수 있듯 큰 지진 이후에는 여진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15일 오후 2시 29분 일어난 포항 지진의 본진 이후 16일 오전까지 40여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역시 9월 12일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한지 정확히 1주일만에 규모 4.5의 비교적 큰 여진이 엄습했다. 당시 최대 계기진도는 5(경주)로 그릇이나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고,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수준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번 포항 지진 역시 여진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1주일 연기된 수능 역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규모 2.0 이상일 경우 일반인도 진동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라며 “조용한 시험장에서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때는 대부분 학생이 강한 진동을 느낄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경주 지역 수험생 2000여 명은 여진이 계속되는 불안한 상황에서 수능을 치러야 했다. 기상청은 당시 이들 지역에 실시간 지진 감시가 가능한 이동식 가속도계를 배치해 모니터링했고, 다행히 이날 경주 지역에 여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주일 뒤 수능일에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본진의 규모로 봤을 때 지난 경주 때보다도 강한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인근 지역에 여진이 계속되는 등의 피해가 예상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어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역시 포항 지역의 수험생들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혼란과 안전을 우려해 수능이 연기됐지만 지금도 여진이 계속 되는 데다 자칫 타지의 낯선 수험장까지 이동해 시험을 치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주일 뒤에도 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보장이 없다. 경북 교육청에 따르면 포항 수능시험장 14곳의 피해 상황을 점검한 결과 포항고 등 진앙과 가까운 북부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10곳에서 시험장이나 기타 건물 벽 등에 균열이 발생했다. 또 예비 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서도 균열을 발견했다.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은 17일까지 포항시내 고사장 안전 실태 조사를 벌여 23일 수능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안전이 확보된 시험장을 골라내고 포항 시내 다른 학교 중 수험장을 사용할 수 있는 학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북교육청은 포항 시내 학교 건물 균열 피해가 85개교에 달해 필요한 대체 시험장을 다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밝혔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포항 시내에서 안전한 시험장을 찾기 어렵다면 경북 지역으로 넓혀서 대체 시험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수험생이 경북 지역 시험장으로 이동해 시험을 보게 될 경우 이들 수험생은 낯선 타지의 시험장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 불리함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북 지역으로 이동이 확정되면 집단 수송 계획을 세워 22일 예비소집일과 23일 수능 당일 버스 등을 이용해 학생들을 실어 나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소 먼 거리를 두 번이나 왕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포항 지역 수험생들은 작은 여진이라도 느껴지면 심리적 공황상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하루 전날 지진을 겪은 수험생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분명히 겪을 수밖에 없고 남은 1주일 동안 회복할 수 있는지는 개인 차에 달렸다”면서 “남은 여진이 수험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생의 안전, 시행의 공정성과 형평성,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46차례 여진이 발생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능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또 수능 시험 연기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시행하기 위해 기존에 차관을 반장으로 운영되던 수능시험 비상대책본부를 부총리로 격상해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내린 힘든 결정임을 이해해달라”라면서 “수험생은 정부를 믿고 일주일 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하여 안정적인 수능 준비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능이 미뤄진 만큼 다음 달 6일로 예정됐던 성적통지일 역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후속 조치를 통해 대입 일정도 조정할 예정이다.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