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를 발표하면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말한 한 단어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안전’이라는 단어였다. 김상곤 장관은 시험 연기 결정을 알리면서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내린 힘든 결정임을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 일대 사건이지만, 온라인에는 ‘안전’이라면 수긍이 간다는 글도 많다.
올해 수능시험을 보는 고3 수험생을 가까이서 본 한 교사가 이번 수능 연기 결정이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남겨 이들이 공감을 받았다. 효율과 다수의 이익이 우선이던 한국사회에서 안전과 소수의 배려가 먼저라는 알리는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저 역시 정권이 바뀌었어도 설마 내일이 수능인데 연기까지야 하겠어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 교사의 글은 수백건의 추천을 받았고, 여러 커뮤니티로 퍼날라지고 있다.
다음은 네티즌 ‘회**’이 15일 딴지일보에 올린 글 전문이다.
이번 수능 연기는 우리나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우선 저는 작년에 고3 담임이었고 내일 예정되어 있던 수능에 한 다리 정도 걸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태껏 우리가 살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효율성과 안전, 다수의 불편과 소수의 불이익이 충돌할 때는 늘 전자가 우선시되는 나라였죠.
거기에 플러스로 당국자나 책임자의 면피가 따랐구요.
"뭐 조금 불안하다고 여태껏 해오던 걸, 예정되어 있던 걸 그만 두거나 연기하자고?"
"뭐 몇몇 사람 피해 본다고 다수가 불편한 걸 참으라고?"
이게 여태껏 수십년 살던 대한민국의 주된 패러다임이었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늘 책임질 자리에 있던 인간들은 면피하거나 묵살하기 일쑤였고
뉴스에서는 늘 막을 수 있던 인재였다고 떠들고 지나가고 사람들은 분노하거나 상처받으면서도 이게 우리나라 수준이려니 했었죠.
저도 역시 정권이 바뀌었어도 설마 내일이 수능인데 연기까지야 하겠어 했었습니다.
근데 이 무시무시한 정부는 여태까지의 수십년 간의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바꿔 버리네요.
효율성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소수의 불이익과 피해를 덜기 위해 다수의 불편은 양보하자고
책임자인 교육부장관과 행안부장관이 직접 뛰어 다니면서 결정하고 발표하네요.
아... XX...
내일이 좀 혼란스러워질 것 같고 다음 주가 힘들어지더라도
이제 진짜 나라다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