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지나간 과거, 지나칠 수 없는 과거… 29·30화 해부하기

입력 2017-11-16 11:27
사진=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방송 캡쳐

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29화는 한우탁(정해인 분)이 정재찬(이종석 분)의 제보를 받고 서둘러 남홍주(배수지 분)가 있는 해광로펌 건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재찬 역시 택시를 타고 홍주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 살인? 아니, 쓰레기를 치우겠다는 거지

링거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하주안(이은우 분)은 “온 몸의 근육이 마비가 되어 숨을 못 쉬게 되고 5분 안에 잠자듯 조용히 갈 것”이라는 말과 함께 약물을 넣어둔 주사를 꺼내들었다. 홍주는 재찬이 꿈에서 이 상황을 미리 볼 것으로 예상했고,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시간과 장소를 물었다. 해광로펌 옥상, 10시 반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이유범(이상엽 분)은 몰래 수상한 알약을 삼켰다.

그때 경찰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유범의 눈빛이 바뀌었다. 변한 태도에 하주안은 “나 죽일 기세다”라며 당황했고, 유범은 “그러려고”라는 말을 뱉었다. 그리고 “살인자가 되겠다는 거냐”는 하주안의 물음에 “아니,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라 대답했다. 이어 “넌 저 여자와 나를 죽이려 했고, 난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죽여 제 3자를 위한 정당방위로 무죄를 받을 것”이라는 치밀한 계획을 말하며 하주안을 건물 아래로 밀쳐 살해했다. 그리고 곧 현장에 도착한 우탁에게 자신이 홍주를 구한 것처럼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찬이 도착했고, 정신을 잃은 홍주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한참 뒤,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 왔던 유범이 깨어났다. 곧 경찰들이 찾아왔고, 유범은 “사무실에서 남홍주씨를 만나 인터뷰를 하며 커피를 마셨는데 갑자기 힘이 빠졌다. 누군가 약을 탔던 것 같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어 “하주안이 본인이 링거연쇄살인사건 진범이라고 말하며 자문을 구하러 왔다가 내가 남홍주 기자를 만나는 걸 보고 언론에 흘리는 거라고 오해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살인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옥상으로 따라갔는데 이미 주사를 놓고 있었다” “하주안은 바로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밀쳤는데 추락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유범은 홍주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듯 연기를 펼쳤지만 경찰에게서 홍주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자 당황했다.



◇ 더 이상 방조하기 싫습니다

홍주는 재찬의 인공호흡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된 시간이 길어 의식이 언제 돌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사의 절망적인 말을 들었다. 그때 최담동(김원해 분) 계장이 병원을 찾았다. 재찬은 “왜 하필 이럴 때 혼자 두시느냐”며 사표를 내고 해광로펌으로 가버린 최 계장을 원망했다.

왜 해광으로 갔는지 이유를 묻는 재찬에게 최 계장은 “아주 옛날에 동생이 무장 탈영을 한 적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동생한테 힘들다고 전화 올 때마다 다들 겪는 거라고 혼내기만 했다” “그게 미안해서 동생이 탈영해서 날 찾아왔을 때 어떻게든 설득해서 자수시키는 것보다 주린 배 채워주는 게 더 급했다” 며 과거를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그놈이 소장님(재찬의 아버지)을 죽였다고 했을 때 죽고 싶었다. 내가 방조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왜 지금이냐, 만났을 때 말하셨어도 됐지 않느냐”는 재찬의 질문에는 “왜 해광에 갔느냐고 물으셔서 대답한 것”이라며 “나는 더 이상 방조하기 싫다”는 사직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최 계장은 유범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재찬을 설득했다. “객기 부리면 이번 사건 수사도 재판도 못 한다”며 “지금 이유범 변호사 패고 수사며 재판에서 다 제척당하든, 지금 참고 수사랑 재판으로 제대로 패줄 것인지 택하라”고 충고했다. 재찬은 이를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지난날 서로에게 아팠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로 포옹했다.



◇ 불찰이 불법은 아니잖아

한편 언론을 의식한 유범은 억울하게 진범으로 몰리고 감옥에서 자살한 명이석의 아들 명대구를 찾아가 사과했다. 그리고 “네 아버지 병원 사무실에서 약병이 나왔다”며 “의사 사무실에 접근이 가능한 환자였던 하주안이 범인”이라고 말해줬다. 분노한 대구는 “지금은 쉽고 왜 그땐 어려웠을까, 왜 그땐 이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말로 유범을 질책했다. 유범은 “내 잘못이다, 다 내 불찰이다”라며 잘못을 인정하는 듯 했다. 그러나 “책임지라”는 정승원(신재하 분)의 말에 유범은 태도가 돌변했다. “나도 책임지고 싶은데, 불찰이 불법은 아니잖아.”

한편 한동안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홍주는 의식이 돌아왔다. 재찬은 소식을 듣자마자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재찬 덕에 목숨을 구한 홍주는 “내 오랜 악몽을 없애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계속 자면서 꿈 많이 꿨다”며 최 계장이 13년 전 그 경찰 아저씨였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을 말해줬다.


한편 유범의 변호를 맡기로 한 해광로펌 대표(손병호 분)는 “남홍주 기자가 깨어났다더라”며 “남 기자랑 식사 자리 한번 맞춰보라”고 지시했다. 유범이 자신의 살인을 고백하지 않은 상황, 대표는 홍주가 무죄를 입증해 줄 목격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처해진 유범은 “남홍주 기자가 우리 편이 아닐 수도 있다”며 “오해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함을 눈치챈 대표는 “그 오해가 뭔지 얘기해봐. 나 오랜만에 재판 서는데 망신당하기 싫어”라는 말에 이어 “내가 이변 아껴서 수임한 것 같으냐, 모르고 죽였든 일부러 죽였든 우리 로펌에 구정물 튀는 것 싫다”며 사실을 실토할 것을 종용했다.

그날 밤 우탁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우탁은 “우산이 무슨 색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색약이었던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꿈을 꾼 이후 우탁은 자신이 재판을 망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편 유범의 변호를 맡은 대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대부분의 증인을 탄핵했고 최 계장, 홍주, 우탁만이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 조작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누구인가

드디어 결전의 날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환희로, 분노로, 슬픔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오늘, 그 오늘의 끝에서 우리는 그 누군가가 남긴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울지 말고, 자책은 짧게. 대신 오래오래 잊지 말라고.” 재찬의 내레이션과 함께 재판이 시작되었다.

증인 신문이 시작됐고, 해광 대표는 “검사 측은 피고인이 과거 증거조작을 은폐하고자 하주안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증거조작 여부가 이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 계장에 대한 신문을 시작했고, 곧 당시 증거품 목록 마지막에 쓰인 약품인 베카론만이 다른 글씨체로 적혀 있음을 지적했다. 최 계장은 “현장에서 압수품 목록을 작성하고 사무실에서 누락된 것을 추가로 적다가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자 대표는 “압수수색을 나간 것도, 압수물을 기재한 것도 증인”이라며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최 계장이 증거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심증을 유발한 것이었다.

판사는 검사 측에 추가로 신문할 것이 있는지 물었고 재찬이 나섰다. “압수물 비교한 장소가 어디였느냐”는 질문에 최 계장은 “이유범 검사 사무실”이라 대답했다. 재찬은 “압수물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도 셋, 조작에 가담할 수 있었던 사람도 셋”이라 말하며 유범 역시 용의자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당시 검찰총장상을 받은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했다. 답은 당연히 “이유범 변호사”였다. 이어 재찬은 그 사건 직후 유범이 해광로펌에 스카우트 된 것을 근거로 들어 “용의자가 여럿일 때 누가 조작을 했는가, 이 질문을 조금만 바꿔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조작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은 누구인가를 보면 된다”는 말로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휴정 이후 홍주의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홍주는 “피고인 이유범에게 안겨서 올라갔다”며 유범이 옥상에 올라갈 때까지 약에 취하지 않았음을 증언했다. 그리고 “피고인 주장대로 하주안이 저를 업고 올라갔다면 우산을 가져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약 역시 하주안 살해 직후 정당방위 주장을 위해 스스로 먹었을 것이라며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반대신문을 위해 나온 대표는 “이 약에 사용상 주의사항이 있다”며 홍주가 대신 읽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 종이에는 비정상적인 사고 및 행동, 환각, 환청 등이 적혀있었다. 홍주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모두 없애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재찬도 지지 않았다. “이 약으로 증인의 증언을 탄핵한다면 피고인의 주장 역시 모두 탄핵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 역시 약에 의한 환각일 수 있다”는 말로 방어했다.



◇ 도망 안 가

홍주의 증언이 끝나고 또다시 휴정 시간이 되었다. 다음은 우탁의 차례였다. 유범과 하주안의 지문이 묻은 우산들이 증거품으로 있었지만 옥상이 아닌 1층 정원에서 발견돼 신빙성이 부족했다. 옥상에서 우산을 보았다는 증언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찰 신분으로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기 때문에 우탁은 큰 효력이 있는 증인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우탁은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 괴로워했다. 한편 홍주는 그런 우탁을 찾아와 “우산 하나는 초록색이고 빨간색”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장우산은 초록색 3단 우산은 빨간색”이라며 절대 실수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용기를 얻은 우탁은 법정에 돌아갔고, 증인 선서를 시작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이날 방송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전주와 동일한 9.6%(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켰다. KBS2 ‘매드독’이 6.8%로 뒤를 이었다. 32부작인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16일 31·32화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