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공포에 추위와도 싸웠다” 한동대 학생 생생 증언

입력 2017-11-16 11:06 수정 2017-11-16 15:21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 대피하고 있다. SNS캡처

한반도를 뒤흔든 지진 진앙에서 불과 3km 떨어진 경북 포항시 북구 한동대는 15일 오후 2시22분을 기점으로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기숙사 생활관에 머물던 학생들은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꼈지만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6분 뒤인 2시29분 규모 5.4 강진이 학교를 강타했다.

이 순간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기숙사 생활관 나서던 한 학생은 ‘어디선가 탱크 수 십대가 지나가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진동이 울렸고, 4~5초간 지속됐다’고 전했다. 그는 물결 치 듯 심하게 흔들리는 건물 유리창을 보고 지진임을 감지했다. 눈앞에서는 맞은편 학교 식당 외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5 지진의 충격으로 한동대학교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자 학생들이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 화장실로 대피, 매서운 추위와도 싸워

지진 발생 이후 공포에 떨었던 이 학생은 16일 오전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하루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는 지진 발생 이후 학생식당 1층 화장실을 오가며 밤을 보냈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날이 저물자 기온은 뚝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수능 한파’ 전야였다. 그는 매서운 추위를 이기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었다. 하지만 곧바로 운동장으로 전력질주해야 했다. 여진이 대학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눈앞이 캄캄하고 이러다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밤사이 규모 2.4를 시작으로 8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2시28분 규모 5.4 본진의 여진은 16일 오전 10시37분까지 43차례 이어졌다. 대부분 규모 2대였지만 규모 4.3~3대 여진이 4차례나 됐다.

본진에 이은 여진으로 한동대 건물은 큰 피해를 입었다. 학교식당뿐만 아니라 강의동 등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건물 내벽은 엑스자 모양으로 갈라졌다. 내부 천장 마감재는 떨어져 나갔고 캠퍼스 곳곳의 나무도 뿌리째 넘어졌다. 한동대는 사태 수습을 위해 19일까지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온라인에 글을 올린 학생은 “휴교가 장기화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동대 학생과 교직원 침착한 대응

이 학생은 지진 대피 상황과 사후 대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마디로 ‘매우 훌륭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심적으로 불안정한 학생들은 교내 상담센터 직원들이 도움을 줬고 부상자는 보건실 직원들이 치료를 해줬다”며 “한국 같지 않았다”고 했다. 또 “기숙사 생활관에 남아있는 귀중품과 짐은 ‘몇 안되는’ 안전모를 돌려써가며 차례로 들고 내려왔다”며 질서있는 대응을 설명했다.

집에 돌아온 학생은 뚫어져라 뉴스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아있는 친구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 춥고 무서울텐데 조금만 힘내주길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한동대 재학생 4000여 명 중 80%가량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학교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남아 있는 일부 학생들은 인근 교회에 숙소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진 피해를 입은 한동대학교 건물. SNS캡처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역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한동대학교의 한 건물의 외벽이 떨어져있다. SNS캡처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