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어린이집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지진에 대비할 목적으로 어린이용 자전거 헬멧을 사기로 했다. 시중에 파는 헬멧이 어린 원생들의 머리 크기에 맞지 않자 직접 제조업체를 찾아가 맞춤 제작도 했다. 헬멧을 구비한 데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지진 대피 훈련도 해왔다.
그리고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고 5분 여가 지났을 무렵, 파란색 헬멧을 쓴 어린이집 원생 20여명과 선생님 6명이 부산 좌천 파출소로 몰려왔다. 이 원생들은 파출소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한 은행 직장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이날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생 20여 명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회의 중에 강한 지진을 느낀 선생님들은 재빨리 아이들을 깨웠고, 헬멧을 씌워 비상 통로를 통해 어린이집 옆 공터로 대피했다. 이 모든 일은 불과 2~3분여 만에 벌어졌다.
공터에서 여진이 느껴지지 않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최근 신축한 인근 좌천 파출소로 갔다. 파출소에서 빠른 지진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새로 지은 건물이라 내진 설계가 잘 돼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지진 대피 훈련을 여러 번 경험했던 아이들은 실제 지진이 일어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선생님의 인솔하에 빠르게 대피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부산에서도 실내 벽면에 걸려있던 액자가 떨어지고 가게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 해운대구 일대 고층 아파트,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 광안대교 등도 흔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