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주일 연기 소식에 가장 황당한 건 당사자 고등학교 3학생이다. 수능에 모든 일정을 맞춰 놓았을 텐데 허탈한 심정은 헤아릴 길이 없겠다 싶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어른보다 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학부모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했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15일 트위터에 고3 딸의 단톡방에 올라온 친구들과의 대화를 전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경주지진 때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수능 연기하는 거 보니 ‘나라다운 나라’가 된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또 “우리는 고3 때 대통령도 쫓아내고, 수능도 연기시킨 역사적인 고딩(고등학생)”이라고 자평도 했다고 한다.
이정렬 전 판사는 “시험 전날 연기되어 허탈, 황당했을 텐데 차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님들 멋져요”라고 적었다.
이정렬 전 판사의 글에는 다른 고3 학부모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포항 애들이 시험에 피해 보면 불공평하니깐 연기하는 게 맞다고 했다”는 고3 아들의 말을 전했다. 그는 “(아이가)살짝 멘붕은 왔지만 어른보다 애들이 더 대견한 생각을 갖고있다”고 감동했다.
“우리 딸도 고3인데 시험 연기 잘한 결정이라 하더라. 물론 친구들이 일주일 더 고생해야 한다는 덴 유감이라 했다”라는 댓글도 올라왔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