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버렸는데” “잘한 결정”…사상 초유 수능 연기에 수험생 ‘패닉’

입력 2017-11-15 22:12 수정 2017-11-15 22:26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혼란에 빠졌다. 경북 포항 지진의 여진 가능성을 고려해 잘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많지만 몸 상태와 공부법을 시험일에 맞췄던 일부 수험생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수험생‧학부모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 일주일 연기’를 발표한 15일 밤 8시20분 이후부터 들썩거렸다. 수험생이 모이는 게시판의 분위가가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능 일정 연기에 대한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험 중 여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스트레스에 하루 종일 시달렸다. 차라리 잘됐다” “포항과 주변 도시 수험생을 생각하면 교육부 결정이 옳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회원은 “요약본을 만들면서 공부를 마친 책을 상자에 넣고 있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었다. 이걸 다시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다”고 했다. 다른 회원은 “일주일 전부터 수면량을 조금씩 늘리면서 몸 상태를 내일로 맞추고 있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나만의 공부법에 따라 책을 이미 버렸다”는 주장도 있었다.

육아 커뮤니티 사이트의 학부모들 반응도 비슷했다. 다만 공부법보다는 수험생 자녀에 대한 걱정, 일주일 더 늘어난 가정의 긴장감, 자녀와의 여가 계획 변경으로 인한 실망감이 더 많이 분출됐다. 한 회원은 “수험생 아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번 주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상심이 크다”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수험생과 학부모만 혼란에 빠진 것은 아니다. 학원과 같은 교육기관, 수험생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던 문화‧체육‧관광업계의 일정도 큰 변화가 생겼다.

종로학원의 경우 전국의 원장 26명을 비상대기 체제로 전환했다. 당장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입시설명회를 취소했다. 이 설명회의 예약 인원만 1만명이었다. 프로축구 K리그의 일부 구단들, 에버렌드와 롯데월드와 같은 놀이공원도 수험생의 무료‧할인 입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벤트 기간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당초 16일로 예정된 수능을 오는 23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수능 연기는 1993년 도입된 뒤 24년 만에 처음이다. 김 부총리는 “연기에 따른 종합적 대책을 조속히 수립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집중적으로 시험장 학교 안점점검을 실시하고 대체시험장을 확보하며 학생 이동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다”며 “대학 등과 협의를 거쳐 전형일정을 정하고 대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수능이 연기되면서 전반적인 대입 일정도 조정될 전망이다. 수험생들은 시험장을 다시 배정받게 된다. 부정행위 등의 우려 때문이다. 수능 전날 진행되는 수능 예비소집도 22일 다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성적 발표가 연기되면서 수시모집 일정 등도 차질이 예상된다.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필요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