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째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퇴진 요구 대상자 중 한 명인 이인호(81) KBS 이사장이 고대영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자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입장문을 내고 “양대 공영방송의 사장이 임기 전에 강제로 물러난다는 것은 방송 독립의 종언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인 법치의 무력화와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의 종식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공영방송의 앞날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사퇴하지 않고 대신 온갖 불법적이고 굴욕적인 폭압과 회유 앞에서도 자리를 지켜온 것은 임기 도중 사퇴는 KBS가 직면하고 있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내는 데 필요한 마지막 법적 보루”라며 “민노총의 산하기구인 ‘언론노조 KBS 본부’ 일명 새노조는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장에 대한 사원들의 불신임률이 높다 하더라도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사장과 이사진 퇴출로 해결될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며 “사장이 노조나 정부의 압력으로 임기 전에 밀려나는, 방송의 자율과 독립성에 직접적으로 저해가 되는 나쁜 선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현 사태의 원인은 새노조에 돌렸다. 그는 “새노조는 방송장악 계획을 실현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면서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 권력화함으로써 방송인들이 본문을 망각하기 시작한 데 있다. MBC 김장겸 사장이 11월 13일, 임기 2년 반을 앞두고 강제퇴출 당한 것이 가장 비근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새노조 한 관계자는 이 이사장의 입장문에 대해 “이 사태에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KBS 최고 의결기구의 수장이라는 인물이 이토록 뒤틀린 현실 인식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 KBS 파업을 지지하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잘못을 뉘우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