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감사합니다”…포항 지진 속 165명 탈출시킨 유치원

입력 2017-11-15 18:07

재난의 위험에서 165명의 어린이를 신속하게 대피시킨 유치원을 놓고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감사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유치원은 매달 실시하는 재난훈련으로 지진 발생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자신을 경북 김천 거주자라고 소개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15일 “천장과 책상이 흔들렸다”고 지진 상황을 전하면서 건물 맞은편에 있는 유치원 사진을 올렸다. 유치원 건물 밖으로 나온 어린이들과 인솔하는 교사들을 촬영한 사진이다. 그는 “이 유치원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대피시켜줬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 사진은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을 타고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해졌다.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모든 SNS의 타임라인은 무너진 벽과 깨진 창문, 넘어진 가구, 파손된 자동차 사진으로 가득했다. 지진 피해상황만 전해지던 타임라인에서 원아들을 대피시킨 유치원 사진은 유일하게 사람들을 안심하게 만들었다.

타임라인에서 이 사진을 본 SNS 이용자 중에는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도 있었다. 이들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질서정연하게 인솔한 유치원의 재난대응 능력이 훌륭하다” “오늘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 교사들에게 왠지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사진 속 유치원은 김천의 L유치원. 김천은 포항에서 서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지점에 있다. 이날 포항에서 관측된 규모 5.4는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측정된 규모 5.8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두 번째로 강력한 에너지가 포항을 흔들었다. 같은 도내에 있는 김천도 재난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없었다.

이 유치원의 윤모 원장은 “멀미 증상이 느껴질 정도로 심한 흔들림이 있었다”며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은 즉각 원아들을 책상 밑으로 피신시켰다. 이어 안내방송을 통해 건물 밖으로 인솔했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은 6~7세 원아 165명을 8개 반으로 나눠 교육하고 있다. 매달 첫 번째 주마다 지진대피 훈련을 실시했고, 그 결과 많은 수의 원아를 혼란 없이 대피시킬 수 있었다.

윤 원장은 “울거나 놀란 원아가 없었다. 훈련을 반복한 결과”라며 “많은 유아교육 기관이 유사한 방법으로 훈련하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유치원과 학교가 적절하게 대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