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을 초래했던 양산단층과는 떨어진 지역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진 발생 메커니즘도 경주 지진과 달랐다.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은 오후 2시29분31초에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 남남서쪽 8㎞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이후 1년2개월 만에 규모 5.0이 넘는 지진이 찾아온 것이다. 경주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였다.
경 교수는 “양산단층을 따라서 지진이 일어날 경우 상당한 강진이 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양산단층대에서 떨어져 있는 또다른 단층을 따라 발생했다”며 “소규모 단층이 운동하면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지진은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번에도 원인 단층이 지표 변이나 지형 변이를 통해 어느 단층임을 알 수 있을 만큼 흔적을 남기진 않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4.5~5.5 규모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과거보다 발생 빈도가 높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앞바다, 경주 남쪽, 포항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염려가 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지진의 원인을 그는 “판 내부 지각에 오랫동안 쌓인 응력”을 꼽았다. 경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진은 지질학적으로 판 내부에 있는 지각에 누적된 응력이 단층운동을 통해 방출이 되는 과정”이라며 “최근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던 지역에까지 고르게 분포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 교수는 또 “지진 자체가 자연현상이어서 통계학적 특성을 보인다. 큰 단층이 발달돼 있는 지역, 과거 수만년 또는 수십만년 이내에 단층 활동이 많았던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단층 활동이 있었던 단층을 따라 지진이 발생하면 규모 6.0 이상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포항 지진의 진앙이 북위 36.12도, 동경 129.36도이며 지진 발생 깊이는 9㎞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의 최대 진도는 경북 6, 강원·경남·대구·부산·울산·충북 4, 전북 3, 서울은 2였다. 진도 6은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일부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며 벽의 석회가 떨어지기도 한다. 진도 4는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일부가 잠에서 깨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보다 앞서 같은 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2~3차례 있었다. 이날 오후 2시22분44초에는 포항 북구 북서쪽 7㎞ 지역에서 규모 2.6 지진이, 2시22분32초에는 같은 지역에서 규모 2.2 지진이 감지됐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