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저녁 7.3 규모의 강진을 견뎌낸 이란 생존자들은 아침이 밝자 미친 듯이 돌무더기에 매몰된 가족들의 시신을 찾아 나섰다. 이틀 만에 사망자 530명, 부상자 7460명이 집계됐고, 1만2000채 주택은 완전히 파괴됐다. 이란의 이번 지진은 올해 세계에서 일어난 지진 중 가장 치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저녁 9시48분에 일어난 지진은 터키와 파키스탄에까지 감지됐다. 진원지는 이라크 북동부 마을이었으나 인명 피해는 진원지에서 가까운 이란 케르만샤주의 쿠르드족 마을 사르폴에자합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이라크 쪽 사망자는 10명 미만에 그쳤다.
심각한 인명 피해와 부상자 속출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수백명이 헌혈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3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를 표하며 구조대원들에게 생존자를 찾아달라고 권고했다. 시민들에겐 헌혈을 부탁했다.
하메네이는 “빠른 시간 내에 부상자들을 도와야 한다”며 “특히 돌무더기에 매몰된 시민들을 구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날 저녁 이란 관계자들은 현지 매체에 “구조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됐다”고 발표했다.
인구 3만명의 이란 케르만샤주 쿠르드족 마을 사르폴에자합에서는 최소 236명이 숨졌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진이 일어난 뒤 트위터에 “내 친구가 ‘집을 잃었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친구와 친구의 가족은 살아남았다. 다른 사람들은 잔해에 묻힌 가족들을 찾아 나서며 오열하고 있다”고 적었다.
케르만샤주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한 남성은 CNN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TV를 시청하고 있었다”며 “바로 집 밖으로 나가서 주민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상황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다친 사람들을 위해 헌혈하는 사람들, 큰 피해를 입은 사르폴에자합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봤다”고 전했다.
피해가 적었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거주하는 마지다 에미어는 로이터 통신에 “지진이 느껴지자마자 세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거리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아파트가 하늘에 휘날리듯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큰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얼마 뒤 사람들이 ‘지진이다!’하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저소득자를 위해 2012년에 지어진 사르폴에자합의 한 아파트는 붕괴 직전 상태에 놓였다. 기둥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지만 아파트 내부 구조물과 외벽은 모두 부서졌다. 지진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주민들은 폐허가 된 아파트 앞에 앉아 강진이 휩쓴 마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은 지 4년 된 아파트마저 처참하게 무너지자 화살은 2005~2013년 대통령을 지냈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로 쏟아졌다. 그는 저소득자 주택 프로그램을 제안한 장본인이었다. 일요일 지진 이후 아흐마디네자드의 반대파들은 아파트를 형편없게 지었다며 부실공사를 지적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아파트가 단층선에 지어졌을 뿐이며 다른 방도는 없었다고 반격했다.
یکی از اهالی سرپل ذهاب: فعلا اصلا کمکی نیامده است. برق، آب، گاز و تلفنمان قطع است. شهر کلا داغان شده است.
— روزنامه ایران (@IranNews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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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에자합의 한 주민은 13일(현지시간) 지진 후 정부 차원의 도움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무너진 건물 앞에 선 그는 “아직까지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음식, 물, 옷가지, 텐트 등 어떤 구호물품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무런 구호 시설도 없다”며 “어제는 잔해가 가득한 길바닥에서 잠을 잤다. 이게 현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기, 물, 가스 모두 들어오지 않는다”며 “도시 전체가 망가졌다”고도 덧붙였다.
구조대원들의 상황도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SNS에 게재된 한 사진을 보면 군인들은 안전모나 손전등도 없는 상태에서 휴대전화의 LED 불빛을 활용해 쓰러진 건물 사이를 뒤지고 있었다.
이란 적십자사는 구조견을 활용해 실종자·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구조견은 2003년 이란 남동부 도시 밤에서 규모 6.6의 지진으로 약 3만1000명이 사망했을 때도 동원됐다. 이란의 종교 지도자들은 개를 깨끗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경비·구조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받아들인다.
이란은 유라시아판과 아라비아판이 만나는 곳으로 국토의 대부분이 지진 위험 지역이다. 1990년 6월에는 카스피해 인근 이란 북부지역에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4만여명이 숨지고, 30만명이 다쳤다.
2003년에는 이날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1100㎞ 떨어진 이란 남동부 도시 밤에서 규모 6.6 지진이 일어나 약 3만1000명이 사망했다. 가장 최근인 2012년 08월에는 이란 동부 아제르바이잔 지역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일어나 300명 이상 사망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