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일 이병기(70)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남재준(73) 이병호(77) 전 국정원장은 전날 이미 영장이 청구됐다. 박근혜정부 국정원장 3명이 나란히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이병호, 남재준, 이병기 순으로 소환 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 변호인도 없이 홀로 구치소 ‘독방’에 고립돼 있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검찰은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다.
◇ 문고리 3인방·국정원 3인방, 모두 “박 대통령이 지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병기 전 원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 재직 시절 청와대에 국가 예산인 특수활동비를 월 1억원씩 상납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기존 5000만원이던 상납금은 이 전 원장 재직 때부터 1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했다.
그는 검찰에 출석하며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 지원된 문제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크게 불안정해져 검찰은 긴급체포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 세 명의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16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국정원 ‘상납금'의 최종 귀속자로 여겨지는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구치소 방문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상납금을 수령한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상납금을 제공한 ‘국정원 3인방’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상납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을 요구한 배경과 사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직접 조사는 필수적이다.
◇ 朴, 뇌물죄 추가될 위기… ‘구치소 방문조사’ 유력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상납금’이라는 새로운 뇌물 혐의가 불거진 상황에서 외부와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한 채 구치소 독방에서만 지내고 있다. 교정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외부인을 거의 만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법정에서 구속 기간 연장을 결정한 재판부를 공개 비난하고 돌아간 뒤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온 적도 없다. 변호인을 사임한 유영하 변호사가 간혹 구치소에 와서 박 전 대통령이 읽을 책을 넣어줄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주어지는 운동시간에 다른 수용자들과 분리된 공간으로 나와 잠깐 걷는 것을 제외하고는 종일 여성사동 1층 끝 방인 22호실(10.08㎡ 규모) 안에서만 보내고 있다. 교도관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일도 드물다고 한다.
최근에는 신문도 읽지 않고, TV 시청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역사 관련 소설 등 독서를 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쓴다고 한다. 바깥소식을 접할 통로를 자진 봉쇄하고 고립을 택한 것으로도 읽힌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관련 수사 상황도 잘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재판 보이콧’ 입장을 밝힌 터라 국선변호인 접견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