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표들…안철수-유승민 ‘통합’으로 타개? 당내선 ‘글쎄’

입력 2017-11-14 16:46
바른정당 유승민(오른쪽) 신임 당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공통점이 많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고, 나란히 패배했으며, 나란히 당대표로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중도를 표방하는 점도 닮았다. 또 두 사람 모두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안 대표는 취임 후에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지지율과 호남중진 의원들과의 해묵은 갈등 등으로 리더십을 의심받고 있다. 유 대표는 탈당사태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정당의 수장을 맡게 돼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두 대표는 서로 통합·연대를 꾀하고 있지만, 당내의 지지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대표는 14일 안 대표를 예방했다. 두 대표는 모두발언부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두 당의 공톰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유 대표를 반겼다.

이에 유 대표는 “평소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미래를 제대로 열어나가기 위한 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많이 공감했다”며 화답했다. 이어 “이 분들(국민의당)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안보·경제·민생·정치개혁에 등 우리 바른정당과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한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고 말했다.

른정당 유승민(오른쪽) 신임 당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 대표가 살가운 말들을 주고받으며 통합·연대 의지를 내비쳤지만, 정작 당내 지지를 받기는 양쪽 모두 수월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의 경우 안 대표와 호남중진들의 갈등이 여전하다.

호남계 의원들은 유 대표가 사용한 ‘보수통합’ 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안 대표와 갈등을 빚은 유성엽 의원은 “우리 국민의당 측에서 어떤 메시지를 줬길래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3당 중도보수통합이라는 말이 나왔을까”라며 “왜 진보는 빠져야 하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적폐청산은 복수’라고 했고 ‘불편하면 나가라’고 했는가”라며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YS의 3당합당이 떠오른다. 그렇게 호랑이를 잡아 다시 적폐를 쌓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유 대표가 YS(김영삼 전 대통령)식의 3당 통합 제의를 우리 국민의당에 안 해주길 바란다”며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뜻을 같이한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국민의당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말은 과거 유 대표의 ‘개혁 보수 통합 원칙’과 관련해 ‘햇볕정책 포기’ ‘탈호남’ 등이 거론된 것과 무관치 않다. 정체성이 다른 바른정당과의 당대당 통합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김철근 대변인도 논평에서 “최근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논의로 마치 국민의당의 보수화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민의당 강령은 확고한 중도 개혁주의를 천명하고 있고, 연대·통합 논의도 당의 강령에 따라 국민정당을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유 대표가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고 밝혔듯 당장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은 꾸준히 바른정당을 흡수통합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고, 바른정당 내에도 한국당과의 통합·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로 인한 추가 탈당 우려도 골칫거리다. 전당대회 중도포기를 선언한 정운천, 박인숙 의원을 비롯해,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의원, 정병국 전 대표 등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있다. 또 한국당과의 통합전대를 주장했다 실패한 남경필 경기지사도 탈당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