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는 서사시의 배경을 우주로 옮긴 공상과학(SF) 영화 시리즈다. 모든 에피소드는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자막으로 운을 떼고 존 윌리엄스의 합주곡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면서 장문의 자막을 우주 멀리 흘려보내는 크롤 오프닝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8번째 에피소드 ‘라스트 제다이’의 개봉일이 12월 14일로 확정됐다.
1. 문화현상 된 ‘우주 막장드라마’
스타워즈가 세상에 공개된 날은 1977년 5월 25일이다. 첫 편의 부제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개봉 시점은 가장 빨랐지만 에피소드 순서상 네 번째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구상하면서 1970년대 기술력으로 1~3번째 에피소드를 먼저 제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4~6번째 에피소드가 1983년까지 3년 간격으로 먼저 개봉됐다.
관객과 평론가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세계 각국에 팬덤을 형성해 문화현상을 일으켰다. 판타지 장르의 서사시 형식이 차용됐지만 아버지 다스 베이더(다른 이름 아나킨)와 자녀 루크‧레아가 칼끝을 겨눈 스카이워커 일가의 비극, 행성별 저항군이 연합해 제국의 침략전쟁에 맞서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결말은 관객과 평론가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에서 ‘우주 막장드라마’로 평가되지만 흥행코드로서 부족함이 없는 요소였다.
스타워즈는 1966년 미국 TV 시리즈로 먼저 제작된 ‘스타트랙’과 함께 SF 장르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 됐다. 마니아에게 스타워즈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오프닝 테마부터 엑스트라 캐릭터, 사소한 소품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신작만 개봉하면 지구촌 전체가 들썩거렸다.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인 첫 번째 에피소드 ‘보이지 않는 위험’은 6번째 에피소드 ‘제다이의 귀환’이 개봉한 1983년으로부터 16년 뒤인 1999년 5월 19일에야 구현됐다. 1~3번째 에피소드는 2005년까지 3년 간격으로 개봉됐다.
2. 브랜드 인수해 ‘장사’ 시작한 월트디즈니사
그야말로 남는 장사였다.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시리즈 하나만으로 영화계 재벌이 됐다. 먼저 선보인 4~6번째 에피소드에 들인 제작비 총액은 5500만~85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반면 흥행 수입은 세계적으로 17억8500만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1980년 전후의 박스오피스 기록이어서 정확하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은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는 수입을 쌓았다는 점이다.
2000년을 전후로 개봉한 1~3번째 에피소드의 제작비 합계는 2억2800만 달러, 흥행 수입 합계는 25억2500만 달러로 각각 추산되고 있다. 루카스필름이 외전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2008년작 ‘클론전쟁’만 해도 850만 달러를 투자해 세계에서 6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수입은 극장에서만 쌓이지 않았다. 캐릭터와 소품을 피겨, 장난감, 간행물로 제작해 판매한 수입 역시 막대했다.
미국 자료조사 업체 ‘더리치스트’는 2015년 선정한 영화계 부호 1위로 루카스 감독을 지목했다. 당시 이 업체가 집계한 루카스 감독의 재산은 52억 달러. 그 중 40억 달러가 스타워즈를 통해 쌓인 돈이었다. 월트디즈니사가 2012년 10월 루카스필름으로부터 스타워즈 브랜드를 사들여 장사를 시작한 이유는 자본의 논리에서 찾을 수 있다. 월트디즈니사는 다스 베이더 사후의 세계관으로 2015년부터 2년 간격으로 새로운 에피소드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3. 지금까지보다 더 ‘막장’스러운 전개가 기다린다
은하계 전체가 악의 군주인 다스 시디어스(다른 이름 쉬브 팰퍼틴) 황제의 손아귀에 들어갈 위기에 놓였는데, 스카이워커 일가는 집안싸움이나 벌이고 있다. 한때 서로의 관계를 몰랐던 루크‧레아 남매는 ‘썸’까지 탔다. 루크가 검투 과정에서 다스 베이더로부터 “내가 네 아버지다(I am your father)”라는 말을 들은 시점은 5번째 에피소드가 전개되고서다. 출생의 비밀을 풀었지만 아버지를 단죄하기 위한 마지막 검투를 피하지 않았다. 대량 살상무기로 수십 개의 행성을 파괴하고 여러 종족을 말살한 다스 베이더는 마지막 검투에서 돌연 연민을 느꼈는지 루크를 보호했다. 루크를 위협하는 다스 시디어스를 돌연 처단했고, 이 과정에서 최후를 맞았다. 6번째 에피소드까지의 전개가 이렇다.
8번째 에피소드인 ‘라스트 제다이’는 지금까지의 전개를 뛰어넘어 가장 어둡고 충격적인 내용을 예고하고 있다. 레이(데이지 리들리)의 출생 배경이 무엇인지, 멸망한 제국의 후신인 ‘퍼스트 오더’는 어떤 조직인지를 포함해 여러 비밀들을 풀어낼 가능성이 있다. 7번째 에피소드 ‘깨어난 포스’에서 노인으로 나타난 루크가 레이를 만나자마자 끊어졌던 마지막 장면은 ‘라스트 제다이’의 전개를 짐작하게 만든다. 길들여지지 않은 힘을 능가하는 무언가를 보여줄 레이, 그 힘에 두려움을 느끼는 루크의 대화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라스트 제다이’는 레아 역을 맡은 캐리 피셔의 유작이기도 하다. 피셔는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새로운 줄거리를 이끌 ‘쓰리톱’으로서 레이와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삭) 핀(존 보예가)의 가능성, 다스 베이더를 능가해야 할 악역으로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의 안착 여부는 ‘라스트 제다이’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4. 마니아가 추천하는 스타워즈 감상 순서
스타워즈는 ▲1977년 5월 25일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1980년 5월 21일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1983년 5월 25일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1999년 5월 19일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2002년 5월 16일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 ▲2005년 5월 19일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2015년 12월 18일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 순으로 개봉됐다.
스타워즈 마니아는 이미 개봉 순서에 맞춰 시리즈를 ‘완주’했다. 반면 ‘라스트 제다이’에서 스타워즈를 처음 만날 관객에게 전작까지의 줄거리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라스트 제다이’를 두 배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작들을 미리 감상해 줄거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스타워즈의 개봉 순서는 ‘4-5-6-1-2-3-7’(이하 에피소드 숫자만 나열), 극중 시점 순서는 ‘1-2-3-4-5-6-7’이다. 하지만 마니아가 보편적으로 추천하는 감상 순서는 ‘4-5-1-2-3-6-7’이다. 루크‧레아의 태생적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하면서 성장 과정을 목격하는 쾌감을 만끽하고 과거를 회상한 뒤 다시 클라이맥스로 몰입해 새로운 시대로 스며드는 감상법으로 평가된다.
마니아가 꼽는 최악의 감상법은 극중 시점 순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1~3번째 에피소드는 결과적으로 전사(前史)를 다룬 작품인 만큼 4~6번째 에피소드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반감할 수밖에 없다. 극중 시점상 ‘2-3’ 사이에 클론전쟁, ‘3-4’ 사이에 로그원을 각각 끼워 넣고 감상할 수 있지만 외전인 만큼 필수 요소는 아니다. 다만 포스(초능력)를 주로 사용했던 다스 베이더의 현란한 광선검 액션을 즐길 수 있는 로그원은 여러 마니아로부터 본편 에피소드만큼 인정을 받은 수작으로 손꼽힌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스타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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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