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도 않은데 항상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고인 눈물로 인해 시야가 흐려져 사물을 정확하게 보기 힘들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겨울철 환절기로 접어들며 날씨마저 바람 많아 건조할 때 눈물이 주룩주룩 더 심하게 흐른다.’…
만약 요즘 이런 눈 이상 증상이 이어져 괴롭다면? 찬바람 불어 날씨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는 가을겨울 환절기엔 왜 눈물이 더 많아지는 것일까?
가을이라고, 겨울이라고 더 감정선이 예민해지고 민감해지기 때문일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맞다. 의사들은 이럴 때는 슬퍼서 흘리는 눈물, 기뻐서 흘리는 눈물도 아니다. 병적인 눈물, 바로 안구건조증에 의한 ‘유루증(눈물흘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상적인 경우, 눈물은 우리 눈 표면을 적절하게 적셔놓고 코 쪽의 눈물길을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 나간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눈물이 흘러 넘치게 되는데, 이를 눈물흘림증이라 한다.
심한 경우에는 흘러 넘친 눈물로 인해 눈가가 짓무르고 염증 질환이 생길 수 있는데, 특히 환절기나 요즘 같이 찬바람이 불 때 더 심해진다.
눈물흘림 증상은 저절로 완화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다면 빠른 시일 내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물흘림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안구건조증이다.
자칫 눈물흘림증과 안구건조증은 반대 증상이기 때문에 전혀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으로 눈 표면 보호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눈은 더 민감해져서 약간의 자극만 주어져도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눈물이 더 많이 흐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네안과병원은 최근 3년간 눈물흘림증으로 내원, 치료를 받은 환자 4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 이상(62%)이 안구건조 증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안구건조증의 원인은 다양한데,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이다. 나이가 들면 눈의 눈물샘 기능이 떨어져서 눈이 건조해진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안구 건조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눈물흘림증 환자의 70% 이상이 여성 환자이며, 연령별로는 60대가 가장 많고, 90% 이상의 환자가 40대 이상이다.
이렇듯 안구건조증 때문에 눈물흘림증이 나타난다면 원인인 안구건조 증상을 먼저 완화시켜야 눈물이 수시로 흘러넘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안구건조증 증상 또한 눈물 생성량이 부족해서인지, 눈물의 구성 성분이 불안정해서인지 정확한 원인을 가려내 맞춤 처방을 받아야 한다.
눈물흘림증의 또 다른 원인은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눈물이 제대로 눈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 역시 노화와 관련된 경우가 가장 많다.
눈물길이 막혀 있는지의 여부는 생리식염수를 눈물길에 주입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눈물흘림증 환자들은 식염수가 들어가면 일반인처럼 코를 거쳐 입으로 넘어가지 않고 밖으로 줄줄 흐른다.
더 정확한 눈물길 상태 확인을 위해서는 조영제를 눈물소관으로 넣고 방사선 촬영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눈물주머니의 크기나 눈물길의 정확한 협착부위 등을 알 수 있다.
눈물길 상태를 모두 확인한 후에는 간단한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만약 눈물길이 좁아졌다면 얇은 실리콘 관을 기존 눈물길에 넣어 넓혀주는 실리콘관 삽입술을 한다.
눈물길이 완전히 막혀있다면 레이저를 통해 새로운 눈물길을 만들어 눈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치료한다.
누네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문상호 원장은 “조기에 발견하면 해결이 쉽지만, 누낭염으로 발전해 코 주변까지 빨갛게 변했을 때는 단순히 인공눈물 처방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며 조기발견 및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환절기 복병 눈물흘림증, 60% 이상 안구건조증 때문
입력 2017-11-14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