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대 성명’을 15일(현지시간)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 문제도 성명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발표할 내용이 “중대한 성명” “완벽한 성명”일 거라고 했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결과를 집약하게 될 이번 성명은 한반도 정세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이를 가늠해보는 단초는 ‘11월 15일’이란 날짜에 있다.
◇ ‘9월 15일’ 이후 도발 멈춘 北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뒤 도발을 중단했다. 14일이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춘 지 꼭 60일이 된다. 북한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1차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며 도발했다. 9월 15일까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도발해오다 이날을 기점으로 조용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성명’을 발표하는 11월 15일은 도발 중단 ‘60일’을 채운 다음날이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도발을 멈춘 지 45일째이던 지난달 30일 “60일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간 순방을 취재하며 녹초가 된 기자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성명 발표를) 15일로 잡았다”고 했지만, 11월 15일에는 북한의 ‘60일 도발 중단’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사생결단식 대결을 불사하던 북한과 미국은 최근 서로 주고받듯 메시지 ‘톤’을 조절하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한국 국회연설에서 가장 민감한 체제와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는데도 예상 외로 절제된 반응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 사흘만인 11일 “우리 국가를 악마화했다”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군사적 대응조치 위협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신 비방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언급되는 횟수가 잦아졌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2~3개의 대북 채널”을 직접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국은 조만간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 국정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중국 측 대표단이 북한에 대화 의사를 타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올해 말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없다면 당장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지는 않더라도, 흐름 자체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북핵 해결 ‘골든타임’ 시작되나
이런 가운데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4일 방한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북한의 도발 중단 상황을 분석하고 대북 대화 가능성 등을 두루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오는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 참석차 방한한다. 이 자리엔 중국 외교부 부국장급 인사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움직임만으로 국면 전환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대화를 위한 북·미 간 조건이나 목표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잠잠하던 북한이 ICBM 시험 발사 등을 재개하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간 인식차도 여전히 크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북·미 간 대화 채널이 유지되는 것과 협상이 시작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북한은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유화적인 흐름을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이어가면 북핵 문제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