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병기(70) 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체포했다. 이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재준(73), 이병호(77) 등 전직 국정원장 3인방 중 처음으로 체포됐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의 청와대 뇌물 상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이 전 원장을 이날 새벽 긴급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향후 체포시한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국가 예산인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5000만원 또는 1억원씩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기존 5000만원이던 상납금은 이 전 원장 재직 때부터 1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했다.
검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남재준,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여겨진 청와대 측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고 관행으로 여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관여한 전직 국정원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상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조사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