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건립 놓고 찬반 양측 충돌

입력 2017-11-14 08:01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 앞에서 13일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기념도서관에서 이날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윤성호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박정희도서관) 앞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 단체의 집회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오전 10시 이곳에서 박정희 동상 기증식을 개최했다. 재단은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으로부터 4.2m 높이의 동상을 기증받아 기념관 정면에 건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에서 시유지 안에 동상을 세우려면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제동을 걸어 제막식은 갖지 못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박정희동상 설치저지마포비상행동’은 도서관 앞에서 동상건립 반대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 절대 안 돼’ ‘헌정질서 파괴주범의 동상이 웬 말이냐’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동상건립 반대를 외쳤다. 찬성 측도 ‘종북좌빨 물러가라’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경찰은 충돌에 대비해 의경 1개 중대 80명을 동원해 양측을 분리했지만 이들은 기증식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기증식 직전 폭행사건도 발생했다. 동상건립 반대 측 참가자인 윤모(53)씨는 기증식 참가자 박모(40)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폭행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경찰서에서 합의해 서로 처벌을 원치 않고 있어 추가조사 없이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박정희 동상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9일에는 지난해 12월 박정희 흉상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망치로 내려쳐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민운동가 최황(33)씨가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글=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