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새 대표에 유승민…난제 산적 ‘리더십 시험대’

입력 2017-11-14 07:47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대표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 수락연설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바른정당의 새 대표로 유승민 의원이 선출됐다. 유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강철 같은 의지로 죽음의 계곡을 건너자”고 호소했다.

바른정당이 유승민 대표 체제로 재편되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포함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6개월 만에 일제히 야당 대표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유 대표는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원대표자회의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56.6%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며 당권을 차지했다. 하태경 의원이 24.5%로 2위를 기록했고, 정운천(10.3%) 박인숙(4.7%) 의원이 뒤를 이었다. 하·정·박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유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며 “그러나 우리가 똘똘 뭉쳐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따뜻한 새 봄이 와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앞에 바른정당을 지키겠다고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호(號)’의 당면 과제는 최근 보수통합파 의원들의 집단 탈당과 당의 진로를 둘러싼 내분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다. 특히 탈당 국면에서 자강파 의원들끼리도 당의 노선을 두고 설전을 벌이며 앙금이 쌓인 상태다. 추가 탈당설도 제기되고 있다. 유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한국당이 포함된 중도·보수통합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유 대표는 “당내에서 12월 중순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자는 합의가 있었다.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당이 (당 차원에서)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할 창구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바른정당은 바른정당의 길을 잘 가시라”고 일축했다. 한국당은 유 대표의 취임 인사도 거절했다.

유 대표는 “지방선거 준비와 우리 당의 대표 정책은 물론 기본 이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는 노력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혁보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 당의 지지 기반을 확대해가겠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개혁보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중도·보수 통합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비교섭단체로서 국회 내 입지 축소, 국고보조금 삭감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도 유 대표와 바른정당이 넘어야 할 산이다.

유 대표 당선 전까지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어온 주호영 의원은 전당대회 직후 탈당계를 제출했다. 주 의원은 14일 한국당에 입당한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입당 절차에 대한 친박(친박근혜)계의 문제 제기에 따라 열렸던 한국당 의총은 예상보다 조용히 끝났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의 합류 과정에서 생긴 모든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며 친박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렸다. 홍 대표는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 징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의총 직후 복당파 의원들과 친박계 의원들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화합주’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