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했더니… 직장서 ‘왕따’ 돼 있었다

입력 2017-11-13 23:14

상사가 부하직원 신체 만져

강제추행 혐의 검찰에 송치

가해자는 혐의 전면 부인

직속 팀장 “덮고 가자” 압박



세무공무원 이용 SNS엔

‘피해자가 전과 16범’ 등

인신공격성 글도 나돌아


인천의 한 세무서 간부가 후배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돼 검찰에 송치됐다. 가해자인 상사는 ‘격려 차원’의 신체접촉이었는데 피해자가 음해를 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피해 여직원이 사적인 정보 유포와 거짓 소문 등으로 조직 내에서 ‘왕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무서의 다른 간부들이 조직을 위해 덮고 가자고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피해자 A씨(32)는 지난 9월 27일 노래방 회식 자리에서 간부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B씨가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자신의 허벅지를 더듬는 등 강제로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의 과거 업무실수에 대해) 인사 상 불이익이 없게 할 테니 걱정 말라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손목을 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회식 도중 B씨가 A씨를 불러 옆에 앉힌 뒤 그의 등과 어깨, 손목 등을 만진 사실은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 진술을 통해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13일 “A씨와 B씨의 진술에 일부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참고인을 더 불러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성추행을 신고한 뒤 세무서 측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세무서장은 A씨가 찾아가자 “손은 잡았는데 성추행은 없었다고 한다”며 “우리 조직 내부의 일이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직속 팀장에게서도 ‘덮고 가자’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간부도 “성희롱 사건으로 넘어가면 딱지표가 붙어서 어느 세무서에 가든 알 수 있다”며 회유를 시도했다.

국세청 성희롱예방지침상 세무서장은 성희롱 발생 시 즉각 필요한 조치 및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사건 발생 3주 뒤인 지난달 16일 운영지원과 성희롱고충상담원과 한 차례 상담한 게 전부”라고 했다. 해당 세무서장은 “A씨와 수차례 면담을 가졌고, 심리상태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 체크를 했다”며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무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SNS에는 A씨가 ‘전과 16범이다’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서울청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등의 인신공격성 글도 퍼졌다. 세무서장 등 간부와 나눴던 대화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피해자 등 보호 및 비밀유지 조항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규정은 성희롱 조사과정에서 피신고인이 신고인이나 증인을 사적으로 접촉할 수 없도록 했지만 A씨와 B씨는 같은 과에 계속 배치돼 왔다. 세무서 측은 “부서 이동은 A씨가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관련 조치는 양측 말이 달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B씨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무단결근을 하는 등 근무태도가 좋지 않은 A씨가 징계를 피하려고 나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글=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