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여직원 사내 성추행·성폭행으로 논란이 된 종합가구업체 한샘이 수습사원들에게 3개월 동안 매출 6000만~9000만원을 달성하라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수습 기간을 6개월로 늘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11일 한샘이 직원들을 상대로 휴일 산행이나 교육을 실시해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던 리모델링 부문의 수습사원은 입사 후 첫 달 1000만원, 둘째 달 2000만원, 셋째 달 3000만원으로 석 달 간 누적 6000만원을 채워야 정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3개월 안에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수습 기간이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난다.
정직원이 돼도 매달 5000만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주말 새벽에 산을 타거나 아침에 회사에 나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 1년 반 동안 근무했던 A씨는 조선일보에 “이 교육을 피하기 위해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다”고 했다.
한샘은 영업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 상반기 기준 한샘 영업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녀 모두 1년 5개월이었다. 한샘에 1년 반 동안 근무했던 B씨는 “입사 동기 20명 중 절반이 1년여 만에 퇴사했다”고 전했다. 가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샘을 영업 사관학교라고 부를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샘은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 “매출 목표치를 준 것은 맞지만, 신입 사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영업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고 불이익을 주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적이 낮은 직원들에게 교육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줬다는 점에 대해선 “강제성이 없었고 직원 전체가 단결해 분발하자는 의도였다. 직원들이 부담스러웠다면 앞으로 이런 관습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내부 조직 문화가 도마에 오르자 한샘은 지난 8일 최양하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기업문화실은 성평등 이슈를 비롯해 인사제도 및 상생 협력 등 기업문화 전반의 이슈를 다루게 된다. 또 발족과 함께 임직원의 제언, 고충을 접수하는 무기명 ‘핫라인’을 개설한다. 핫라인을 통해 접수된 내용은 최 회장에게 바로 보고된다.
한샘은 임직원들의 제언을 기업문화 혁신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여성인권 및 기업문화 분야의 외부전문가들로 기업문화 자문단을 구성해 성평등 문제 및 기업문화 전반에 대한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 한샘 관계자는 “산행은 지난해부터 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문화 점검을 위해 내부 핫라인을 설치해 다양한 의견을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