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재활용… 낙엽 모아 농장으로, 남이섬으로

입력 2017-11-13 12:59

무더위와 강추위 사이에 놓인 계절 가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지는가 싶으면 어느 새 매서운 찬바람이 불면서 거리의 낙엽을 쓸어가 버린다. 삭막한 도시에 운치를 더하고 회색 콘크리트에 색을 입혀주는 붉고 노란 낙엽은 아쉽지만 매우 짧은 수명을 갖고 있다.

그래도 서울에서만 자치구별로 하루 최대 20t가량의 낙엽이 환경미화원들에 의해 수거된다. 청소하는 것도 일인데, 그렇게 쓸어담은 낙엽을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냥 버리자니 뭔가 아깝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서 요즘 지방정부마다 ‘낙엽 재활용’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있다.

서울 마포구는 지난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가로수 및 쉼터 등에서 수거한 낙엽을 친환경농장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낙엽 ‘쓰레기’ 처리량을 줄여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마포구는 6개월 동안 300t 이상 낙엽이 수거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마포자원회수시설 폐기물 처리 단가를 기준으로 하면 300t을 재활용할 경우 1000만원 가까운 예산이 절감된다.

송파구 역시 해마다 수거되는 500여t의 낙엽을 전국 농가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그 중 20t가량은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 보내 가을 풍경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남이섬은 서울보다 낙엽이 일찍 쌓이고 일찍 소진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더 오래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송파구의 낙엽을 보내주는 것이다. 송파구는 낙엽의 약 90%를 재활용해 올해만 처리 비용 1억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원구는 낙엽을 모은 뒤 상태가 깨끗한 50t 정도를 선별해 퇴비장아 쌓아둔다. 거름으로 만들어 1년 뒤 도시 텃밭 등에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이를 통해 소각비용 약 450만원을 절약한다. 강동구도 상태가 좋은 낙엽을 골라 고덕동의 ‘도시농업 선순환센터’로 보낸다. 11~12월 이곳에서 낙엽으로 ‘펠릿’을 만드는데,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섞어 관내 도시텃밭과 마을공동체 등에 나눠주고 있다.

용산구는 낙엽과 폐목재류 처리 작업을 최근 유상에서 무상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3년3개월간 2억원 이상 예산을 아낄 예정이다. 용산구 일대에서 발생하는 낙엽 및 폐목재류 폐기물은 한 해 2000t에 달한다. 폐기물 재활용 전문업체들과 2020년 말까지 협약을 체결해 총 2억17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낙엽 재활용은 농가에선 천연 퇴비를 무료로 사용해 이득이고 구 입장에서는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도시와 농촌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