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불고 있는 ‘인사 태풍’에 금융권이 뒤숭숭하다. 태풍의 진원지는 ‘사정 칼날’, 그리고 착륙 지점을 찾고 있는 ‘낙하산’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을 중심으로 검찰, 경찰, 금융 당국의 수사와 조사가 이어지며 최고경영자(CEO) 교체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확정짓고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자리를 분리하면서 안정화에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9월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사측이 노조 설문조사에 개입했다며 윤 회장 등을 고발했고, 경찰이 이달 초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 연임 안건이 통과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경찰의 수사 결과는 돌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감독원 채용비리에 발목이 잡혔다. 김 회장은 2015년 10월 금감원 채용에 응시한 수출입은행 간부 아들에 대한 청탁을 금감원 총무국장에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김 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1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검찰 수사로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검찰의 채용비리 의혹 수사로 후임 행장 인선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계파 갈등’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외부 인사 수혈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를 배제하며 관치 논란을 불식시키려 하지만 ‘외풍’ 우려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잔여 지분을 연내에 매각하는 것도 사실상 무산됐다.
여기에다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과 증권 유관단체 한국증권금융은 ‘낙하산 몸살’을 앓는 중이다. 두 회사 사장 자리는 주로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몫이었다. 코스콤은 지난달 말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류 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내부 인사가 부적합하다며 재공모를 요구하는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내부 인사이기는 하지만 모피아 낙하산 사장을 좇아 온 ‘포장만 내부 인사’인 ‘사실상 낙하산’”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전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겨간 증권금융은 금감원 임원 인사 등이 마무리되면 사장 선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사장으로 옛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 등이 꾸준히 거론된다.
임기가 끝나는 CEO의 후임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경섭 행장이 연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NH농협은행은 임기 종료 40일을 앞두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사장 후보로 지원한 9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후임 회장 후보 추천에 들어간다. 홍재형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 관료 출신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차기 생명보험협회장도 관료 출신의 ‘올드 보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