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이 의과대학의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이화학당 설립자를 폄하하고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담긴 대자보를 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수는 여자들끼리있어 치열한 줄 몰라 발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한 말이라고 해명하며 학생들에게 사과하겠다고 약속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2일 독자가 제공했다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건물에 나붙은 ‘의과대학 OOO교수의 발언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대자보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이화의료원의 전신이 보구여관과 이화학당을 설립한 메리F. 스크랜튼 여사를 ‘아줌마’로 폄하하며 “할 일 없어 아들을 따라 온 사람”이라고 비하했다. 해당 교수는 또 “당시 제중원은 지금의 민사고(민족사관고)로 엘리트들만 갈 수 있는 곳인 반면 보구여관은 이름 없는 찌질한 여자애들을 교육했던 기관”이라고 말했다.
스크랜튼 여사를 ‘치맛바람 센 아줌마’라고 폄하했다. “130년 전에도 이름 모르는 조선땅을 미국에서 오면 거의 한 달 넘게 배를 타고 오는데 결혼도 안 한 여자애가 왔다는 거는 성격이 대단한 거”라고 한 교수는 “스크랜튼 아줌마부터 이대나온 아줌마들이 성격이 그런 진(유전자, gene)이 묻어나서 되게 깐깐하고 대단한데 니네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해당 교수는 “여자가 반 이상하면 그 직종은 하향길이다” “공부도 하지만 얼굴을 가꿔 빨리 좋은 남자를 만나라” “일단 얼굴을 고쳐야 돼. 니네들은. 몸을 고치든지” 등의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예과와 본과, 전공과복과 교양과목을 가리지 않고 매 수업시간마다 되풀이 됐으며 몇 년에 걸쳐 계속돼 왔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해당 교수는 경향신문에 “의사 수가 많아지고 치열해지다보니 옛날처럼 의사가 돈을 많이 벌던 세상은 지났고 소명의식을 갖고 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여러 사례를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수는 또 “여자들끼리 있으면 밖이 치열한 줄 모르기 때문에 더 발전할 수 있는데 발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한 얘기들”이라며 “모멸감 느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고 부연했다.
스크랜튼 여사는 1885년 6월 52세 나이로 한국으로 건너온 최초의 여성 선교사다. 보구여관 설립을 주도하고 여성 문맹 퇴치를 위해 교육 활동을 펼쳤다. 1887년 설립된 보구여관은 ‘여성을 보호하고 구하라’는 뜻으로 고종황제가 이름을 지어줬다. 현재 이화의료원의 전신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