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기정(사진) 할머니가 92세의 나이로 11일 별세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폐에 물이 차는 증상과 노환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돼 11일 오전 8시35분 생을 마감했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이 할머니는 1925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19세 때 서울의 한 소개소에서 일본 군인의 옷을 세탁하는 일을 할 것이라는 말에 속아 강제 동원됐다. 싱가포르와 버마(미얀마)의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었으며 1945년 광복 후 귀국했다. 이후 결혼을 했지만 위안소에서 겪은 피해로 불임이 돼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중풍을 앓아 오른손도 사용할 수 없었다.
정대협은 “이 할머니는 머나먼 타지에서 끔찍한 경험을 하고 돌아와서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며 “이 할머니의 아픔이 진정으로 아물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 할머니 별세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정 장관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조문할 예정이며 여성가족부가 장례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