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친선경기에서 인종차별 제스처를 취한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에드윈 카르도나(25·보카주니어스)에게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손가락 두 개를 치켜 세웠다.
카르도나는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친선경기 도중 기성용을 향해 양손으로 눈을 찢고 입을 벌리는 포즈를 취했다. 유럽·미주에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행동이다. 기성용은 카르도나를 향해 손등을 보이며 검지와 중지를 들어 ‘V(브이)’를 두 차례 정도 보여줬다. 이 행동을 두고 축구 팬들의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는 ‘영국식 욕설’이라는 주장이다. 상대방을 향해 손 등을 보이는 V자는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사용하는 손가락 욕설이다. 이 행동의 근원을 놓고 여러 가설이 있지만 중세시대 프랑스와 100년 전쟁에서 손가락을 잘린 영국의 궁수라는 민담에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손가락만으로 널 위해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성용이 그 의미를 알고 사용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리가 2:0으로 이겼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입모양이 투(Two)로 보인다는 것이다.
기성용은 경기 직후 “오늘 콜롬비아 선수들은 상당히 지저분한 플레이를 펼쳤다”면서 “축구경기에서 그런 플레이는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종차별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카르도나와 콜롬비아 축구협회는 이번 논란에 공식 사과를 전했다. 축구 협회는 “한국을 방문한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을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한국 선수들을 향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관해 한국대표팀과 한국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카르도나는 40초 남짓한 영상으로 사과를 전했지만 쏟아지는 악플에 소셜미디어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진서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