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 등으로 구설에 오른 제프 블라터(81)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이번엔 성 추문에 휘말렸다.
영국 가디언, BBC 등 주요 외신은 1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미국 국가대표팀 골키퍼인 호프 솔로(36)가 전 피파 회장 제프 블라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솔로는 지난 2013년 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블라터 전 회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솔로는 당시 블라터 전 회장과 시상자로 나섰는데, 이때 무대 뒤에서 성추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포르투갈 언론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라터 전 회장이 무대 뒤에서 엉덩이를 만졌다”고 말했다. 또 “당시 그 상황에 충격을 받았지만 내 동료들을 위해 시상을 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빨리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솔로는 ‘왜 블라터의 행위를 저지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에 “발롱도르 시상식이 워낙 큰 무대기 때문에 긴장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솔로는 인스타그램에도 “스포츠계에는 이런 일이 만연하다”라면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해시태그를 남겨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으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에 동참했다.
그는 “며칠 동안 나 자신과 팀 동료들이 트레이너, 코치, 운영진, 심지어 동료들에게까지 겪었던 불편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봤다”면서 “부적절한 발언과 원치 않았던 접근, 코치나 홍보 담당자들이 엉덩이를 움켜쥐고 선수들의 가슴이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체육계에는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솔로는 “이런 것들은 바뀌어야 한다. 침묵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글을 마쳤다,
이와 같은 소식에 블라터 전 피파 회장은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부인했다. 사실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블라터 전 회장은 FIFA의 회장으로 17년간 활동하다 지난 2015년 비리가 밝혀지면서 자격이 정지돼 물러났다.
재임 중 그는 “여성 축구 선수들이 남성 관객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도록 딱 붙는 반바지를 입는 게 좋겠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새 집행위원이 된 여성들에게 “집에서도 맨날 떠드는 게 이제 여기서도 말할 수 있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등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김동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