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이기정 할머니 별세…생존자 33명으로 줄어

입력 2017-11-11 14:29 수정 2017-11-11 15:37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08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털모자, 목도리 등 방한용품이 둘러져있다. 사진=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기정 할머니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충남 당진시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등에 따르면 당진 탑동에 위치한 우리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던 이 할머니가 이날 오전 8시35분쯤 노환으로 영면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지난 1925년 충남 당진에서 출생했다. 19살때 서울의 한 소개소에서 일본 군인의 옷을 세탁하는 일을 할 것이라는 말에 속아 강제 동원됐다.

이 할머니는 기차와 배, 트럭을 타고 서울과 부산을 거쳐 싱가포르와 버마(미얀마)의 군전용 위안소에 동원됐다. 싱가포르에서 1년, 버마에서 1년 6개월을 생활했다.

해방이 되자 이 할머니는 서울에서 돈을 마련한 뒤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결혼을 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로 불임이 돼 자식을 낳을 수 없었다. 중풍을 앓아 오른손도 사용할 수 없었다.

정대협은 “이 할머니는 머나먼 타지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고 돌아와서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며 “이 할머니이 아픔이 진정으로 아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