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기정 할머니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충남 당진시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등에 따르면 당진 탑동에 위치한 우리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던 이 할머니가 이날 오전 8시35분쯤 노환으로 영면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지난 1925년 충남 당진에서 출생했다. 19살때 서울의 한 소개소에서 일본 군인의 옷을 세탁하는 일을 할 것이라는 말에 속아 강제 동원됐다.
이 할머니는 기차와 배, 트럭을 타고 서울과 부산을 거쳐 싱가포르와 버마(미얀마)의 군전용 위안소에 동원됐다. 싱가포르에서 1년, 버마에서 1년 6개월을 생활했다.
해방이 되자 이 할머니는 서울에서 돈을 마련한 뒤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결혼을 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로 불임이 돼 자식을 낳을 수 없었다. 중풍을 앓아 오른손도 사용할 수 없었다.
정대협은 “이 할머니는 머나먼 타지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고 돌아와서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며 “이 할머니이 아픔이 진정으로 아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