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극계는 김의경 선생님을 잊지 못할 겁니다. 베세토 연극제를 통해 중국 한국 일본 3국의 연극계가 교류할 수 있도록 처음 토대를 놓으신 분이니까요.”
올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24회째 베세토 연극제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바로 한국의 김의경, 일본의 스즈키 다다시와 함께 베세토 연극제를 창설한 중국의 국민 연출가 쉬샤오중(90‧徐曉鍾) 선생이 노구를 이끌고 온 것이다. 수년 전 심장수술을 하는 등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회복되면서 격려차 축제를 찾은 것이다.
지난 7일 베세토 연극제에서 만난 그는 한국위원회 관계자들에게 김의경 선생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지난 4월 김의경 선생이 타계했다는 말을 들은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993년 당시 국제연극협회 한국센터회장인 김의경 선생이 중국희극가협회 부주석이던 나와 재단법인 국제무대예술연구소 스즈키 다다시 이사장에게 3국 연극 교류를 위한 축제를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그런 교류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면서 “중국 한국 일본 3국 연극계는 전통문화를 지켜가면서도 현대적인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축제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한편 공통의 문제를 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 나라 연극계의 원로가 나선 덕분에 베세토 연극제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 민간 차원에서 국제교류를 진행하는 한국과 일본과 달리 중국은 당국의 허가가 필수적이었는데, 제1회 축제를 앞두고 허가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그가 당시 걱정하는 한국과 일본 연극계 관계자들에게 “우리는 동지”라며 교류 의지를 밝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베세토 연극제도 역사가 20년이 넘으면서 이제 2세대 연극인들이 이끌어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젊은 연극인들이 우리 때보다 좀더 깊이 교류하고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베세토 연극제가 중국의 각 지방에서 열리면서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베세토연극제에 참가하는 중국 작품이 주로 전통적인 공연이어서 일각에서는 아쉬움이 제기된다. 좀더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작품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중국에도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작품이 많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나오는 이런 축제일수록 전통적이거나 전통에 기반을 둔 작품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베세토 연극제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연극 동지인 한국의 손진책 선생(전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구자흥 선생(전 명동예술극장장)을 만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