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측 “묵묵히 해외강연… 전직 대통령 롤모델 만들 것”

입력 2017-11-10 15:34 수정 2017-11-10 16:49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12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강연 차 바레인으로 출국한다. 이명박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망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하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12~15일 바레인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장관 및 바레인 주재 외교사절 등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강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강연에서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기적적인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고 강조하고,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우수한 인적자원과 개방적 문화를 바탕으로 양국 협력과 발전 방향을 제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강연은 바레인 문화장관인 마이 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의 초청으로 성사됐다고 이 전 대통령 측은 설명했다. 마이 장관이 이 전 대통령의 책 ‘신화는 없다’를 읽고 지난 9월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레인 일정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방문이 퇴임 후 진행했던 해외강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정치사정이 시끄럽긴 하지만 묵묵히 해외 강연활동을 계속해 전직 대통령의 롤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움직임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황증거나 (정부의) 여론 떠보기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현 정부가 정치보복성 성격이 있는 무리한 수사를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핵심 측근들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나라가 자꾸 과거에 발목 잡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정부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정치공작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칼끝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한발 더 다가선 모습이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이버사령부 증원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장관의 신병이 확보되는대로 이 전 대통령의 구체적 개입 경위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 군 사이버사령부는 예년의 10배에 가까운 79명의 군무원을 선발해 47명을 ‘댓글부대’인 530심리전단에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사이버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는 최근 자체조사에서 ‘VIP(대통령을 의미) 강조사항’이란 문구와 함께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고 적힌 국방부 내부문건을 확보했다. 

백상진 이종선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