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이 울먹이며 선고한 사건… 의붓손녀 성폭행 50대

입력 2017-11-10 14:33

“징역 20년이라는 형벌의 무게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에서 드러난 범죄사실을 봤을 때 가볍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8부 강승준 부장판사는 10일 법정에서 주문을 읽으며 잠시 울먹였다.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인중(53)씨 선고공판이었다. 강 판사는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가중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그가 울먹인 건 너무 끔찍한 범죄 사실 때문이었다. “이게 정말 실제 있었던 일인가 싶다”는 말까지 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의붓손녀 A양(17)을 6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두 차례 임신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모의 이혼으로 친할머니와 살게 된 A양(당시 11세)은 당시 할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김씨로부터 6년간 성폭행을 당했다. 지속적인 성폭행에 2015년 임신을 했고 미성년자인 몸으로 아이를 낳았다. 출산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김씨에게 재차 강간을 당해 지난해 7월 두 번째 아이를 낳아야 했다.

범행은 A양의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해 전모가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에게 협박을 받은 A양은 가짜 남자친구 핑계를 대며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죄 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난 것이 맞는지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합의 하에 15차례 성관계를 맺었고 임신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항소심에서 범행을 자백하기는 했지만 “지적장애 아들을 돌봐야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도 가볍다며 5년을 가중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이혼으로 갈 곳이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를 도외시하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 1회 이상 성관계를 강제로 해야 했고, 의사와 무관하게 두 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육체적·정신적 고통, 육아에 대한 부담 속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또래 친구과의 교제가 단절됐다”고 A양의 피해를 설명했다.


강 판사는 A양이 당했을 고통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출산 후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산후조리조차 마치지 못한 피해자를 재차 강간해 또 다른 아이를 임신시켰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10대 청소년이 감내하기 어려운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어렵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1심 재판부와 똑같은 말을 했다. “이 사건의 범행은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진 것인지 선뜻 믿기지 아니해서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