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순씨 "서연이 사망 안알린 건 사회적 편견 때문" 진술

입력 2017-11-10 11:22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가 딸 서연양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으며 "딸의 사망을 주위에 알리지 않은 것은 사회적 편견과 비난에 시달리기 싫어서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서해순씨의 유기치사 및 사기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 짓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서씨는 또 소송 중에 저작권 당사자인 딸의 죽음을 알리지 않는 것과 관련해 "변호사가 선임돼 있어서 변호사만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댁과 친정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 알릴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일 서씨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범죄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서해순씨에 대한 고소·고발은 “미성년자인 딸 김모양의 급성 폐렴을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해 2007년 12월 23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유기치사)와 지적재산권 확인 소송에서 사망한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2008년 10월 유리한 조정 합의를 얻어낸 혐의(사기)”를 제기한 것이었다.

광역수사대는 서해순씨, 김양 사망 전 진료의사, 119 구급대원, 학부모 등 참고인 47명을 조사하고, 김양의 진료기록․보험내역, 서씨의 카드 사용 내역, 김양의 일기장․휴대폰, 관련 민사소송기록 등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 경찰 수사 관계자 일문일답

- 유기치사 무혐의 결론이 가장 큰 근거는.
"시간을 역순으로 추적했다. 사망 당일에 가장 중점을 뒀다. 집안에 CCTV가 없었기 때문에 카드 사용 내역과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예를 들면 사망 당시 진술과 지금 진술의 일치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범위를 넓혀서 12월엔 어떻게 지냈는지, 기말고사 때부터 서연이 아플 때 어떻게 돌봤는지 확인했다. 더 범위를 넓혀서 2007년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친구나 선생님을 통해 서연이의 평소 태도와 피의자가 서연이를 대하는 태도 등을 살펴봤다. 태어난 이후 사망할 때까지 누가 주로 돌봤는지도 검토했다. 그 결과 서씨가 서연이를 유기했다는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

-서연양 사망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진술했나.
"최종심 단계였고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어서 변호사만 믿고 있었다고 했다. 변호사가 이 부분은 나한테 맡기고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그 말만 믿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날지 몰라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친지와 이웃에 알리지 않은 것은?
"남편도 그렇게 됐고 장애인 딸도 그렇게 사망했는데 사회적 편견과 비난을 받기 싫어서 그랬다고 했다. 시댁과는 갈등의 골이 깊어 연락을 못했다고 한다. 친정에는 평소 많은 도움을 줬는데 서연이 양육 문제로 도움 청하니 외면해서 아쉬움이 들었다고 했다. 평소 서연이와 자신에게 관심을 안 갖던 사람들이 이제와 위로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민사소송법과 판례에 비춰보면?
"소송 중 당사자가 사망하면 소송 절차가 중단된다. 상속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중단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변호사를 선임해놓은 경우라면 상속인의 권리 절차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 판례 보면 사망 즉시 어떠한 절차도 필요 없이 상속인에게 승계된다. 공백 상태 없이 상속인에게 곧바로 이어진다. 설사 소송대리인이 없다고 해도 그 상태로 진행돼 판결이 나도 그 판결이 유효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서연양이 사망했음에도 서연이가 살아 있음을 전제로 판결이 나도 이 정도 하자는 판결문에 이름만 바꾸면 된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

-여러 차례 장시간 조사하게 된 이유는?
"사망 당일에 대해서만 조사한 게 아니라 서연이가 태어나서 어떻게 살았고 누가 돌봤는지 조사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이상호 기자 등 고발인도 방치의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당시 이웃으로부터 서씨가 서연이 잘 돌봤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연이 휴대폰과 일기장이 있었는데 11월부터 12월 10일까지 거의 매일매일 자필로 작성한 거였다. 밖에서 눈이 온다, 엄마랑 같이 눈싸움을 했다, 현장체험학습 가는데 엄마가 선생님하고 나하고 친구를 태워줘서 재미있게 놀았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가정 불화나 서해순씨 동거남에 대해 나쁘게 말한 부분은 없었다."

-고소인이나 이상호 기자가 제시한 증거는?
"당일 행적에 대한 직접 증거는 없었고 주변 정황에 대한 증거였다.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게 있으니 사망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 119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했다는 식의 정황증거였다. 서씨가 평소 서연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제보 등이 있었다."

-서연양 일기장은 어디서 구했나.
"서해순씨에게 물어봤더니 모두 다 가지고 있어서 임의제출 받았다."

-사망 당일 동거남은 뭘 했나?
"동거남은 그 당시 함께 있었다. 서연양이 자다 일어나서 '물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서해순씨와 동거남이 일관되게 진술한다. 동거남이 따듯한 물과 찬물을 섞어서 줬고 서연양이 물을 받아 소파에 앉았다. 상태가 안 좋으니까 동거남이 서해순씨를 깨웠고 서씨가 감기약 챙기려고 부엌에 갔는데 서연양이 소파에서 쓰러졌다. 이는 객관적 증거가 아니라 진술에 의한 것이다."

-지적재산권 소송 당시 소송대리인이 서연이 사망 알았나?
"소송대리인도 몰랐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