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올해 대선에서는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도 잇따라 선거 인증을 하며,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진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00인증’을 검색하면 많게는 몇 백만 개의 게시물이 검색되는 것을 보면 그 유행을 체감할 수 있다. ‘나 이것까지 해보았다.’라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와 ‘그러니까 너도 해봐.’라고 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욕구까지 한 번에 충족시켜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SNS의 유행도 사실상 인증샷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인증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고객들이 물건을 실제로 사용을 해 본 후, 그 효과를 ‘인증’하는 방식의 마케팅이기에 자연스러운 전파 효과와 더불어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인증은 대체적으로 몇 가지 제품군에 국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는 효과가 드러나는 미용 제품이나 즉각적이고 단순한 평가가 가능한 음식, 장소 등에 대한 인증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 영화, 도서, 공연에 대해서는 “재미있다”, “아니다”와 같은 감상 위주의 리뷰 형태가 압도적이다.
콘텐츠가 담고 있는 내용을 직접 경험하거나 활용하여 인증하는 열기는 덜한 것이다. 즉각적인 효과 혹은 이득이 없거나, 있다 한들 자존감 또는 용기, 열정 등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 콘텐츠에 대한 무언가의 인증이 흔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상영작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는 관람 후 인증 열풍이 있었던 문화 콘텐츠 중 하나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지난 2007년 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가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위안부 후원 팔찌, 스카프 등을 공동 구매하여 훈훈한 ‘인증’ 릴레이를 이어 가곤 했다. 이러한 ‘인증’을 보며 영화를 봐야겠다고 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도서 중에서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리뷰들이 단연 돋보인다.
감상문 형식의 도서 리뷰와는 달리 책의 내용을 토대로 원하는 것을 얻은 자신의 경험담을 ‘인증’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병원에서 150만원을 할인 받았다.’라는 인증부터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완고하던 부모님의 고집을 돌릴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의 연봉으로 협상을 성사했다.’ 등 다양한 인증들이 잇따른다. 인증을 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놀라울 정도로 성공률이 높다.’ 도서의 내용을 통해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너도 나도 인증을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증 열풍에 경종을 울리는 우려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팀은 “인터넷상에 글을 많이 쓰면 박탈감과 강박감에 우울해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유는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좋아요’를 받기 위한) 인증샷, 인증글들을 올리려고 현실에서 신경 쓰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증들은 선거를 권하기도 하고, 좋은 제품과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은 우리가 풀어가야 할 또 다른 숙제가 되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