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나영이 ‘의대 진학 준비’…“아픈 사람 돕고파”

입력 2017-11-10 10:21 수정 2017-11-10 10:29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나영이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영이의 꿈은 의대 진학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를 겪은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명숙 변호인은 9일 JTBC에 나영이의 꿈이 의사인 이유에 대해 “나영이가 사건 이후 2살 터울의 언니는 변호사, 자신은 의사가 돼 어려운 사람을 돕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나영이 언니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의 한 대학 법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나영이가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 성폭행 당시 장 손상으로 달았던 배변 주머니는 뗐지만 책상에 오래 앉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내부 장의 70%가 없어짐으로써 먹으면 바로 밖으로 배출돼 평생 기저귀를 24시간차고 살아야 된다”고 설명했다.

조두순은 2008년 8살이었던 나영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기절시킨 뒤 잔혹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형에 처해졌다. 조 씨의 만기 출소일은 오는 2020년 12월이다. 조 씨의 경우 이미 형이 확정돼 재심은 현행법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씨의 출소가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 등장했다. 9월 6일 게재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7일 20만 명을 돌파했고, 10일 40만 명을 넘어섰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운동과 함께 그의 출소를 바라보는 나영이 아버지의 과거 인터뷰도 재조명 되고 있다.

나영이 아버지는 “아이(나영이)가 '꼭 의사가 돼 사회에 받은 만큼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의대에 가고 싶어 학교도 빠진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부턴 밤샘 공부도 한다”며 “3년을 치료하고 뒤늦게 공부하다 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처질 수밖에 없다. 자식을 지키지 못한 부모로서 가난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성폭행 피해자라고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좌절될까 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가 ‘과거 내가 성폭행 피해자다'라고 할지라도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게 부모로서 험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다”며 “성폭력 피해자든 아니든 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놓는 것이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 마지막 일이 아니겠냐. 항상 그 생각 뿐이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