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국빈 자격으로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시장 방문을 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일정 외에 인도네시아 일반 국민들의 모습을 함께 보자고 제안했고, ‘서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길 원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로부터 60㎞ 떨어진 보고르 지역에 있는 대통령궁(Istana Bogor)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에 이어 기념식수 후 확대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가 와 기념식수가 취소됐다가 다시 진행되는 등 우여곡절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사이에 어정쩡한 틈이 생겼다.
이때 조코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궁과 가까운 마트인 ‘비티엠 보고르 몰’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흔쾌히 응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방문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측에 “시장 방문 등 일반 국민들의 모습을 함께 보는 게 어떤지” 제안했다. 이를 조코위 대통령이 받아들여 비가 오는 틈을 타 문 대통령과 공식 일정이 아닌 깜작 시장 방문을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코위 대통령이 모는 전동카트를 타고 비티엠 보고르 몰로 향했다. 두 정상을 발견한 현지 주민들이 깜짝 놀라며 환영 인사를 하자, 두 사람은 손인사로 답했다. 두 정상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인도네시아 전통 직물 ‘바틱’으로 만든 옷을 파는 상점이었다. 조코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옷을 권하자 문 대통령은 빨간색 바틱 셔츠를 골랐다. 조코위 대통령은 파란색 셔츠를 입었다.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식 아이스 홍차 가게도 들렀다. 문 대통령은 가게 주인에게 “조코위 대통령이 오셨으니 이 가게가 대박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조코뒤 대통령의 이러한 대접은 문 대통령에게 소박하면서도 진정성을 담아 예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측도 조코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에서 시장 방문을 거론하며 “인도네시아 국민이 조코위 대통령을 보고 열렬히 환호했는데 덕분에 저도 열렬히 환영받았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화답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