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2017-2018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 때만 해도 원주 DB 프로미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는 거의 없었다. 사실 10개 구단 감독 중에서는 단 한 명도 DB를 우승권 팀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랬던 DB가 보란 듯이 잘나가고 있다. 시즌 7승 3패로 서울 SK 나이츠(9승 2패)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DB는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던 가드 허웅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게다가 포워드 윤호영이 아킬레스건 부상 여파로 시즌 초반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38세 노장 김주성은 노련미를 앞세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체력이 예전만큼은 아니다. 지난 시즌 발등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아웃됐던 두경민이 복귀했으나 홀로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DB는 정규리그 개막과 동시에 5연승을 달리며 선두권에 자리를 잡았다. 두경민과 김태홍, 서민수 등 국내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는 가운데 DB의 복덩이로 떠오른 단신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192㎝)의 활약이 주효했다. 버튼은 큰 신장은 아니지만 파워와 득점력을 겸비했고, 기동력과 패스 능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당 평균 24.3득점을 올리며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버튼은 해결사 기질도 갖췄다. 9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의 홈 경기에서 버튼은 23점을 올렸다. 특히 그는 오리온에 끌려가던 4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었다. 경기 종료 40여초를 남기고는 역전 3점포까지 꽂았다. 덕분에 DB는 연장전에 돌입해 오리온과 치열한 승부를 벌였고, 결국 101대 91로 역전승을 거뒀다.
DB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버튼과 두경민이 팀 내 스코어러 역할을 꾸준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수비와 팀 플레이가 좋은 윤호영까지 복귀했다. 이날 윤호영은 무려 252일 만의 복귀전에서 8분여를 뛰며 2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윤호영이 몸 상태를 조금 더 끌어 올린 뒤 공격력 좋은 버튼과 두경민을 돕는다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 삼성 썬더스는 같은날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부산 kt 소닉붐을 87대 75로 꺾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23점 17리바운드로 활약하며 연속 경기 더블더블 기록을 47경기로 늘렸고, 커밍스도 23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제 역할을 다했다. kt의 전체 1순위 신인 허훈은 9점 6어시스트로 좋은 모습을 이어갔으나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