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내퍼 美 대사대리 “文-트럼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단계, 방한 큰 성공”

입력 2017-11-09 18:13 수정 2017-11-09 20:16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9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양국 대통령이 우정과 개인적 관계를 쌓을 기회를 만든 것이 명백하다”며 “양국 지도자들이 쉽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9일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퍼 대사대리는 서울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목적으로 동맹관계 축하, 양국 부담 공유 및 북한정책 조율, 국민 번영 증진, 대통령간 우정을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네 가지 측면을 봤을 때 방문은 큰 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기로 확정한 무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예를 들면 F-35 전투기 같은 것”이라며 “우리는 아파치 헬기나 해군 함정에 들어가는 이지스 레이더를 한국이 갖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앞으로 대잠 항공기인 P-8(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정도가 얘기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은 한국도 결정을 내려야 하고 미국도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더 강력한 억지력에 대한 열망과 한국이 최고의 방위시스템을 갖는 것에 대한 열망을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고, 이미 승인이 난 것도 있다”고 밝혔다.

내퍼 대사대리는 또 한국이 중국과 사드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밝힌 ‘3불(不)’ 입장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사실 ‘쓰리 노’(3NO)로 부르는지도 몰랐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정상회담 중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한·중 관계의 정상 복귀를 환영하고 중국이 보복을 해제한 것 역시 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원칙이다. 지난달 말 한·중 관계 개선 협의 발표문에 세 가지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가 명시돼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9일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퍼 대리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 국빈만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포옹한 데 대해선 “인간적인 제스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언론이 너무 많이 해석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만찬 메뉴에 오른 ‘독도 새우’에 대한 질문에는 “맛있는 식사와 좋은 공연이었다”고만 언급했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국빈만찬에 초청하고 만찬 메뉴로 독도 새우를 준비한 데 대해 항의의 뜻을 전해온 바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국빈만찬의 메뉴와 초청대상은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결정한 것으로 이러한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외교 채널을 통해서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내퍼 대사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대 환영 행사에 굉장히 감사하다고 했고, 그것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없는 말은 안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인상적이고 구체적이었다는 평가에 대해선 “백악관이 질문해오면 대사관이 답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에 대해 그 정도 길게 얘기한 미국 대통령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한국을 얼마나 가치있게 생각하는지, 한국의 성취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보여준 메시지였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 외교부 공동취재단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