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서덜랜드 스프링스 침례교회에서 5일(현지시간) 26명을 사살한 범인 데빈 페트릭 캘리의 흔적을 쫓기 위해 미국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FBI는 3일이 지난 8일까지도 잠금 해제에 실패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애플이 이례적으로 도움을 자처하고 나섰다.
FBI는 8일(현지시간) “총기범이 사용한 휴대전화에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특정 스마트폰을 지칭하진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애플의 아이폰으로 확인했다. 사건을 이끌고 있는 특별 수사관 크리스토퍼 콤스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접속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캘리의 휴대전화에는 범행 동기와 공모자 유무 여부가 담겨있을 수 있다. 실제 캘리는 범행 당일과 범행 전부터 수차례 장모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대변인은 미국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애플은 기자회견을 듣고 즉시 FBI에 연락을 취해 도움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FBI가 요구하는 법적 절차도 밟겠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FBI는 아직 애플에 관련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중범죄자들의 아이폰 보안 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달라”는 FBI의 잇단 요청에도 “해커에게 악용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해 온 애플의 이번 협조 제안은 이례적이다.
앞서 2015년 FBI는 IS를 추종하는 사예드 파룩의 캘리포니아 총기 테러에 파룩의 아이폰 보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애플에 요청했으나 애플은 거부했다. 결국 이 둘은 법정까지 갔으나 FBI가 익명의 업체로부터 아이폰의 보안 해제법을 취득하며 소송을 취하했다. 이렇게 분쟁은 일단락됐으나 이번엔 애플이 직접 나섰다.
FBI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업무 시간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FBI는 48시간 이내에 용의자의 손가락을 이용해 잠금을 해제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수사 기관이 48시간 이내에 캘리의 손가락을 이용했다면 터치 ID로 아이폰을 해제할 수 있었다”며 “수사 기관이 왜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이폰은 패스워드를 10번 이상 잘못 입력하면 모든 정보가 지워지도록 설정돼 있다. 지문 인식도 48시간 이내 접속하지 않으면 패스워드 입력 모드로 돌아간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