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미중 무역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중국이 과거 미국을 이용한 것을 비난하지는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측은 미중 기업인들과 잠시 만남을 갖고 짧은 연설을 한 뒤 공동 성명을 추가로 발표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따로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중 무역 적자를 거론하며 양국 간 무역이 미국에 “공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국간 불공정 무역관행을 즉각 바로잡고 시장 접근에 대한 장벽과 지적재산권 침해 역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며 “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자국민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누가 비난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어 “난 중국을 믿는다”(I give China great credit)며 “사실 난 무역 흑자가 생기고 늘어나도록 놔 둔 과거 (미국의) 행정부들을 책망한다. 우리는 이를 시정해야 한다. 미국의 기업,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불균형의 책임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탓으로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의 대규모 무역 흑자를 비판하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미국 추산 3470억달러(약 380조원)로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중국의 극진한 환대과 2500억 달러(약279조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양국 기업가 대화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 양국의 경제합작 규모가 2535억 달러(약 282조 83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 부장은 “이는 미중 양국 경제무역 사상 최고 기록이자 세계적인 기록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내 해외 기업들을 위해 보다 개방적인 사업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은 문을 닫는게 아니라 더욱 활짝 열겠다”며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한, 질서잡힌’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