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취임후 처음으로 자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서 “트럼프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양측이 2500억달러(약 279조원)의 비즈니스 계약과 양자 투자 협정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협약을 체결한 리스트에는 셰일가스부터 자동차 부품 분야까지 다양 기업들이 포함됐다. 국영에너지기업인 중국석화는 미국과 알래스카에서 천연가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430억달러어치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 투자공사는 금융 지원을 맡고 국영은행인 중국은행도 측면 지원키로 했다.
또 다른 에너지 대기업인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는 미국 셰니어 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샤오미와 오포, 비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3곳은 미국 통신용 장비업체 퀄컴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 어치 반도체 칩을 구매한다는 MOU를 체결했다. 미국 기술기업인 브로드컴은 최근 퀄컴을 13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실크로드펀드는 미국과 합작펀드를 조성하기로 했고, 중국투자공사는 골드만 삭스와 합작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중국은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사로부터 B737 기종 260대, B787과 B777 기종 40대 등 항공기 300대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총 계약 규모는 370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중타이 자동차는 각각 25억 위안씩 투자해 50대 50 지분으로 전기차 합작회사를 중국에 설립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수행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9조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상무부의 가오펑 대변인은 왕양 부총리가 로스 장관과 만나 에너지·화공·농산품·비행기 부품·생명과학·스마트도시 건설·환경보호 등 모두 19개 항에서 총 82억 달러(9조1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고 이날 밝혔다.
가오 대변인은 양국이 이 밖에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추가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방중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왕양부총리와 로스 장관이 체결한 82억달러어치 계약은 시 주석이 발표한 2500억달러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참석한 기업인 행사에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 적자를 거론하면서 “공정하지 못했다”며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무역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으며 시 주석과 함께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