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탈당파, 한국당 입당식 ‘풍경’… 어색한 하루

입력 2017-11-09 13:05

자유한국당은 9일 홍문표 사무총장 주재로 당원자격심사회의를 열어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복당을 신청한 국회의원 8명, 원외 당협위원장 51명, 기초·광역의원 48명 등 107명에 대한 입당을 승인했다. 절차는 이렇게 무리 없이 완료됐지만, 탈당 의원 8명을 맞이한 한국당 당사 안팎에선 ‘어색한 시간’이 이어졌다.

◇ ‘김무성 의원실’서 대기한 8명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은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와 함께 ‘재입당 간담회’를 하기로 돼 있었다. 이보다 앞서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길어져 간담회는 오전 10시30분으로 늦춰졌다.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호 등 재입당 의원들은 시간을 보낼 곳을 찾다가 국회 의원회관 김무성 의원실에 모여 기다렸다. 한국당사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어색했던 듯하다.

이들은 변경된 간담회 시간보다 6분 늦은 10시36분 한국당사 회의실에 입장했다. 이때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나타나지 않아 8명은 또 ‘침묵’과 ‘긴장된 표정’ 속에 회의실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파란 넥타이를 맨 김 의원은 목이 타는지 물을 따라 마셨고, 다른 의원들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연신 취재진을 바라봤다. 홍 대표 등은 10시45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홍 대표가 입장하자 재입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웃으며 악수를 했다.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취재진의 요청에 따라 지도부와 재입당 의원들이 나란히 서서 양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는 등 사진촬영을 했고 그제야 재입당한 의원들은 미소를 보였다.


◇ 입당식 불참한 김태흠, “배신자들” 독설 퍼부은 김진태

입당식에는 한국당 지도부 가운데 홍 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이철우 이종혁 최고위원, 염동열 비서실장, 강효상 대변인, 김성태 정치보복특위 위원장,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탈당파 복당에 줄곧 반대해 왔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복당 반대”를 외쳤다. 그는 “우리 당이 망하기를 바라며 뛰쳐나갔다가 안 망하니까 다시 슬며시 기어들어오는 것”이라며 “이 배신자들은 두 번, 세 번 죽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홍 대표와 복당 의원들이 주장해온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도 “웃기지 마라. 탈당해 당 만들 때도 보수통합하려 만들었느냐”며 “침을 뱉고 떠난 자들의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재입당 간담회에서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좌파정부가 폭주기관차를 몰고 가는데 우리가 공동전선을 펴서 저지할 수밖에 없고 그런 측면에서는 같은 뜻이라고 본다"며 "아직 정치적 앙금이 서로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 해소하고 좌파정부의 폭주를 막아 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됐다"고 선언했다.

반면 정우택 원내대표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씁쓸함을 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저는 지난해 12월에 위기일발의 당을 살려내기 위해 전념한 사람으로서 이 순간이 오니 감회가 많다. 계절과 나이가 바뀌며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지만 한편으로 오늘은 정치도 무상하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 국민 10명 중 6명은 “복당 반대”

홍 대표는 오후 5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복당 의원들을 위한 환영 만찬을 열기로 했다. ‘보수통합’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이지만, 국민 여론은 ‘바른정당 탈당과 한국당 입당’이란 이들의 이벤트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8일 전국 성인남녀 5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바른정당 탈당 후 한국당 복당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3%를 차지했다. ‘(한국당 복당을) 지지한다'는 비율은 25.4%로 반대 의견의 반에도 못 미쳤다. 한국당 지지층 외에 나머지 정당 지지층에서는 모두 반대 의견이 더 높았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재입당 간담회에서 “서로 생각 차이와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크게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대표,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여러분과 당직자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께서 보수는 무조건 하나로 뭉쳐서 문재인 좌파정권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요청을 저희는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보수대통합에 제일 먼저 참여했다. 사회 각계각층, 보수우파 국민들 그리고 보수시민단체들과 함께 보수대통합을 이뤄서 좌파정권의 폭주에 대항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