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맛집·성형후기··· 바이럴마케팅 45명 무더기 입건

입력 2017-11-09 15:21

대포폰으로 만든 국내 N 포털사이트 계정을 1건당 2000∼5000원에 83곳의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업체 등에 판매·유통시켜 2억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바이럴 마케팅은 네티즌들이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상품에 대한 정보를 서로 전달하면서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입소문이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하여 바이럴(Viral) 이라고 지칭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모(30)씨 등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또 모 온라인 광고대행사 대표 A(36)씨 등 45명은 표시광고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1년간 7만여건의 N 포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판매, 유통시켰다.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83개 광고 대행업체 등으로부터 모두 2억60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광고대행사 가운데는 이씨 일당에게 1억원을 주고 무려 4만개의 계정을 사들여 7개월간 2만여건의 글을 올린 업체도 있었다. 이 업체는 그 대가로 6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이들로부터 구매한 포털 계정으로 진짜 사용 후기인 것처럼 위장한 추천 글을 올려 입소문 광고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포털 사이트 계정 생성 시 사용자 휴대폰 인증만 되면 비실명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가입 인증 수단으로 준비한 여러 대의 대포폰을 이용하면 대량의 포털 계정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들은 포털 계정을 대량 생성하는 과정에서 휴대폰 개통을 위해 매월 2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가입 명의자들을 모집했다. 130대의 휴대폰을 개통했고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전모(34)씨는 10개월간 이같이 개통된 대포폰에 대한 번호 변경 작업을 1만8344차례에 걸쳐 임의로 해줬다. 판매한 포털 계정이 바이럴 마케팅에 사용되기 전에 차단될 경우 사용이 가능한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즉시 교환해주는 사후관리 서비스도 제공했다. 블로그나 지식 교류 커뮤니티 등에 접속해 광고주로부터 의뢰받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관련 내용들을 미리 질문으로 만들어서 등록하고 곧바로 다른 계정으로 접속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실제로 모 성형외과 원장은 자신의 병원 홍보를 위해 병원 내에 별도의 마케팅 사무 공간을 두고 홍보 전담 직원까지 고용하여 270건의 포털 계정을 구입했다. 이들로 하여금 3개월 동안 130여건의 거짓 성형후기를 작성하게 해 대형 포털 사이트 등에 노출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광고업체 가운데 많게는 1억원 상당의 포털 계정 4만건을 구매해 7개월 동안 2만여건의 인터넷 광고에 사용하고 6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며 “희망 키워드 검색 상위 노출 건당 1만∼10만원까지 광고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의 경우 연매출 30억원에 댓글 알바 등을 포함한 직원 수가 50여명인 대규모 기업형부터 1인 자영업자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며 “블로그나 지식인 등에 성형외과, 유학, 결혼정보, 건강식품 등 ‘고관여 상품’ 콘텐츠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인터넷 카페, 블로그, 지식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특정 상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경우, 과거 활동 이력이 전혀 없거나 프로필을 비공개로 설정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도록 작성한 게시물은 광고 목적의 눈속임용 게시물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